새봄을 기다리며 동면중인 들녘에는 철새들의 축제가 한창입니다. 끼룩끼룩 그들만의 언어와 날개 짓 사위는 음향이 들리는 풍경화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놀던 어린 시절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친구들과의 놀이가 너무 재미나서 추운 줄도 모르고 뛰어 놀다가 손발에 동상이 걸려 뻘겋게 트기가 일쑤였습니다. 약이 흔하지 않았던 때라 언 손을 말똥에 넣기도 하고 메주 콩 속에 넣고 울면서 잠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이 오고 햇살이 퍼지면 동상의 아픔은 사라지고 왕 구슬을 앞세워 동네공터로 나가곤 했습니다. 그때는 구슬이 큰 보물이었으니 지금의 아이들이 천자문 카드를 사 모으는 것을 나무랄 것도 없습니다.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왕 구슬이 그때처럼 소중하거나 구슬 따먹기가 추위도 잊을 정도로 재미나지 않습니다. 왕 구슬의 애장가치가 단지 금전의 값어치로만 생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토록 소중했던 구슬보물이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갔고 안양으로 이사 나오면서 챙기질 않았으니 아마도 개발과 함께 땅속 어디엔가 잠자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돈을 벌기 위한 활동에 일상을 맞혀 움직여야하는 시절에는 통장의 숫자가 소중합니다. 보통 안방 장롱 깊숙한 곳에 집문서나 땅문서를 보관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소중한 것일 겁니다. 아마도 돈으로 얻는 물질의 가치는 꽤 오래도록 나의 소중한 것으로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돈에 대한 소중함의 크기가 조금 작아집니다. 그리고 내가 건강하다는 것과 나를 좋아해 주는 이웃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지금 포천에는 동네마다 척사대회가 한창입니다. 90세의 할아버지가 힘차게 윷을 놉니다. 4살짜리 어린 아이가 박수를 치며 할아버지 흉내를 냅니다. 윷이나 모가 나오면 다시 한번 놀 수 있으니 신이 납니다. 하지만 도가 나와도 앞서가는 상대방을 잡을 수 있으니 그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어르신께서 기량을 발휘하시기 위해 약주 한 잔에 목을 축이시고 힘찬 구령에 맞혀 스텝을 밟으니 그 모습 또한 구경거리입니다. 그 어르신의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엔 왕 구슬을 모으기 위해 추운 줄도 몰랐고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커다랗던 돈의 비중이 조금 작아지면서 건강과 이웃으로 바뀌어가듯 살다보면 또 다른 그 무엇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발견하리라 생각합니다.
새들은 떼를 지어 저마다의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가 모두 모여 축제를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