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옆 건너편 양지바른 곳에 봉분 다섯 기가 나란히 일가족 묘지다. 지난 해 가을, 밤 주우러 가는 길에 보니 모두 비석 없는 가묘다. 앙바틈한 회양목이 울타리 대신 쪽 돌려있는 유택의 정원이 정갈하기 그지없다. 예초기를 들이대어 돌보고 가꾸는 것을 늘 보아왔는데 가묘였다니! 이승이 얼마나 풍족하고 남아도는 사람이기에 저승 살림까지 일상처럼 돌보고 있다. 며칠 전 송우리 가는 길에 마을버스 창으로 눈을 돌렸는데 저승의 전원주택, 가묘가 또 눈에 띈다. 고개를 돌렸더니 공동묘역, 저승 집거구 촌이다. 가난이 대물림되듯 사후에도 빈부가 엄격히 존재하고 있음이다.
세계 불가사의에 하나를 보탠 중국의 진시황제의 병마용 갱은 그 위풍당당함에 있어 당시의 권세를 웅변하고 있다. 진흙으로 구워 만든 수천의 병사와 말, 그리고 마차들이 지하세계를 지키고 있다. 시황제 政은 집권초기부터 자신의 사후세계를 준비했으며 비밀을 지키기 위해 대 역사에 참여했던 백성을 모조리 생매장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만리장성의 축조 때 역시 고역을 피해 우리민족이 지금의 한반도로 이동했다는 설도 있으니 “짐이 국가다.”하던 시절의 본보기다.
카이로에 가면 나일강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으로 계곡이 둘로 나뉜다. 동이 터 오는 쪽이 삶의 계곡이요. 일몰을 삼키는 서쪽 골짜기가 죽음의 계곡이다.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피라미드를 비롯해 이 나라는 왕족의 무덤이 부장품들과 함께 관광수입으로 GNP에 일조하고 있다. 또 이집트에는‘죽음의 도시’라 불리우는 이슬람 공동묘지가 있다. 더 이상 시든 꽃 뭉치라도 들고 오는 이 없는, 가족들 발길 끊어진 묘역은 비석을 사이에 두고 산 자들의 터가 되고 있으니 대지의 재활용이다. 이승은 천국을 가기 위한 짧은 노정에 불과하다는 토착신앙에 의해 이집트인들은 견고하게 짓지 않은 부석부석한 집에서 하늘로 들려질 때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 모두 다 사후세계를 준비하고 있음이다.
허나 수백 년 수천 년 된 미이라가 건설, 토목현장에서 발견될 때를 보라. 그저 고운 대지로 돌아간 평범한 신분보다 당시 가장 귀한 천으로 감겨 있던 미이라는 섬뜩한 악의 화신으로 우리들 앞에 선다. 붕대를 풀고 드러나는 그들의 사후는 관능은 세월에 제거됐지만 선정적이다. 왕과 왕비라는 지존이 시신일망정 공중파를 타고 홀딱 벗겨지는 오욕을 치르고 있음이다. 지하세계도 장악하려했으나 산 자들이 지하도 후벼 팔 줄 누가 알았으랴! 저승까지 장악하고자 했던 인간 탐욕의 극단이다.
엊그제 캐나다에서‘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가 있었다. 불운한 세기를 건너고 있는 전 세계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섰다. 용산참사와 희대의 살인마가 공중파를 장식하는 새해 벽두! 제 세를 더 강하게 넓히기 위해 서민도 무참히 참살하는 것을 주저치 않는 간악한 도시, 대한민국이라는 묘지에서 걸어 나온 한 마리의 흑조는 전 세계인이 전율할‘죽음의 무도’를 춘다. 음과 률이 만난‘죽음의 춤’은 은반에서 전 국민 희망의 길조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의 꿈은 영생이며 부활이다. 금으로 번쩍이는 저택에서 영생하는 것 아니다. 퀭한 눈, 뻥 뚫린 콧구멍으로 계절의 휘파람이 드나들 뿐, 웅장하고 화려한 유택에서 부활하는 것 아니다. 세기적 불황으로 저승 같은 세계인의 눈동자에 ‘죽음의 무도’로 빛을 뿌리고,‘세헤라자드’의 젊은 왕자의 품에 안겨 한 마리의 극락조로 저승이 아닌 이승에서 환생하는 김연아가 여기 있다!
회원가입
기사쓰기
입력 : 2009년 02월 2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