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41)

눈이 옵니다. 눈이 옵니다.
달빛을 타고 눈이 옵니다.
소리도 없이 잠든 거리로
눈이 옵니다. 눈이 옵니다. 밤새도록

눈이 옵니다. 눈이 옵니다.
햇볕에 녹을 몸이 설다고
달빛을 타고 밤에 옵니다.
소리도 없이 소리도 없이 밤새도록

눈이 옵니다. 눈이 옵니다.
외로운 심사(心思) 풀 길 없다고
달빛을 찾아 잠든 거리로
눈이 옵니다. 눈이 옵니다. 밤새도록

◀감상=해설
안서 김억(岸曙 金億)의 시 『눈오는 밤』은 정형시(定型時)이다. 자유시(自由詩)를 많이 쓰는 시인들의 습성으로 볼 때 김억 님은 독특하게 정형시를 고집하고 시의 생명인 리듬을 중요시한 매우 돈독한 시정신을 지닌 시인이었다. 1893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탄생하시어 오산학교를 거쳐 일본 경응대학 문과를 중퇴, 오산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였는데 당시 오산학교 학생이었던 김소월이 안서 선생의 시적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김억 선생은 한국 민요시의 개척자로 그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으며 김소월 같은 위대한 민속·민요·민족시인의 스승이었다. 그래서 김억 님은 소월을 문단에 추천하게 된다.
1918년 우리나라 최초로 투르게네스(I.TRUGENEV), 베를레느(P.VERLAAINE), 보들레르(C.BAUDELAIRE) 등의 상징시를 번역·소개했고 1919년 『창조』 1920년 『폐허』 동인이 되었고 신시사상 선구자였다. 국제어인 에스파란트어를 연구했으며 그의 번역시집 『오뇌(懊惱)의 무도(舞跳)』는 당시 문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선생은 6.25 당시 북으로 납치되어 생사를 알 길이 없다.
저서로는 『해파리의 노래』 『안서시집』 『물망초』 『금모래』 『봄의 노래』 『먼동이 틀 때』 『지새는 밤』 등 시집이 있고 역시집으로 『시온스 시선집』 『기탄자리』 『망우초』 『야광주』 『중국여류시선집』 등 세계 각국의 시집을 우리의 시로 번역한 천재 시인이었다.
이번에 소개한 『눈오는 밤』은 순수하고도 토속적인 맛깔스런 서정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 『옛날』이란 시에서 달을 바라보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시를 써서 고독한 소녀, 소년들의 고독을 씹는 눈물을 흘리게 한 김억 님이었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조국의 산하를 노래하고 계실 것인가? 아니면 그토록 사랑하던 흙내를 향내 삼아 잠들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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