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입니다. 제 직업이 일간신문 지국장이다 보니 저의 하루는 늘 새벽 2시부터 시작됩니다. 이런 생활을 20년째 해오고 있는 저로서도 황당한 경험을 했는데 새벽 신문배달 중에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져 버리더니 꼼짝달싹 하지 않는 거예요. 이제 겨우 절반 정도 배달한 상태인데 어찌할 바를 몰라 가까운 파출소를 찾아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새벽 5시에 찾아온 저에게 당직 근무 중이던 경찰은 친절하게 도와줄 일에 대해 물어보더니 24시 자동차 보험서비스에 직접 전화해주고 녹차도 한 잔 타 주며, 이런 저런 차량 점검에 대한 조언도 해주었어요.
10분쯤 지나 견인차를 끌고 온 보험서비스맨은 차 상태를 점검한 뒤 연료부족으로 시동이 꺼진 것일 뿐 큰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며 연료를 부어 시동을 걸어주고 가까운 주유소로 빨리 가라고 일러주며 저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연료 점검 계기판이 고장이 나서 연료가 떨어진 걸 미처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운전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사소한 나의 부주의로 인해 여러 사람 피곤하게 했구나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시내 배달을 하는 중에 함께 신문배달을 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장애인으로 한쪽 팔과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분인데 삼발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시며 새벽 내내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참 안쓰러워 보입니다.
새벽에 일하는 분이 또 있어요.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새벽 5시 30분이면 만나는 분입니다. 척추가 굽어 키가 작고 왜소한 남자 분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같은 시간에 나와서 길거리 청소를 합니다.
저를 만날 때마다 인사를 깍듯이 하시며 그분은 오히려 저에게 대단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새벽에 일을 하느냐구요. 그렇지만 그 분들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렇게 양문 지역 배달을 마무리하고 양문공단을 지나 38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에 문을 열고 기다리시는 분은 중국에서 오신 조선족 아저씨입니다. 아저씨는 신문을 받으려고 저에게 쫓아오시며, 따끈하게 데워진 음료수 한 병을 내밀었어요.
"새벽에 출출 할텐데 마시고 일하시오. 오늘은 비가 안 와서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겠구만...."저를 위해 날씨걱정까지 해주시는 어눌한 말씨에 따스한 정이 넘쳐흐릅니다.
저보다 사는 형편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데도 이렇게 먼저 인정을 베풀어주는 모습에 가슴이 따스해져 옵니다."이 분의 눈에 새벽에 고생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나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럭저럭 신문배달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산정호수 한화콘도 입구에 차를 세웠는데 차 보닛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겁니다. 차 밑을 바라보니 불이 붙어서 타고 있는 거예요. 얼른 한화콘도에 들어가서 소화기를 구해 가지고 나와 자동차 보닛 뚜껑을 열고 불을 껐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어찌나 놀랐는지... 저는 보험사에 연락하고 사후처리를 맡긴 후 남편에게 전화하여 상황을 말했죠.
저희 남편은 큰 일이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저를 안심시키며 다른 차를 가지고 현장으로 달려 나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뒷정리는 자기가 할 테니 얼른 가서, 나머지 일을 하라고 저를 먼저 보내주었습니다. 이럴 때 남편이 참 든든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소엔 잘 모르겠는데 제가 막상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고, 뒷수습을 해주면서 위로해주는 모습은 저에게 커다란 바람막이와 울타리가 되는 것이죠. 그동안 제가 새벽마다 혼자 일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던 겁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에 일을 하면서도 그 새벽이 결코 어둡지 않고 무섭지 않은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고 함께 일을 하면서 지켜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떠오르는 찬란한 아침햇살에 눈이 부시고, 마음이 부시고,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뿌듯해지는 그런 하루입니다. 살면서 자기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살기는 그리 쉽지 않지만, 작은 일 하나에도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며 산다면 그 일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여는 새벽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