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正統性)과 정당성(正當性)이란 말이 있다. 흔히 정통성과 정당성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한 마디로 말해 정통성(orthodoxy)은 통시적(通時的)개념이고 정당성(legitimacy)은 공시적(共時的) 개념이다. 통시적이란 시간(時間) 개념을 말하는 것이다. 역사성(歷史性)을 말하는 것이다. 언제 시작했느냐 하는 시원(始原)과 그 계승성(繼承性)을 말하는 것이다. 유구(悠久)한 역사, 빈만년(半萬年) 역사라고 말할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통시적 개념이다.
반면 공시적이란 공간(空間) 개념을 말하는 것이고 그 당위성(當爲性)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시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시간과 생각을 공유(共有)한다는 말이다. 동시대(同時代)를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받아들였느냐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떠한 이즘(ism)이나 사상(思想)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널리 풍미(風靡)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나 당위성(當爲性)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반만년의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시원을 고조선(古朝鮮)에 두고 있다. 혹자는 증거(證據)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증거가 있다. 증거는 세 가지로 구분해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신화(神話)이고 둘은 문헌(文獻)에 나타나 있는 기록(記錄)이며 셋은 역사적인 유물(遺物)이나 유적(遺蹟)이다. 문헌에 나타나 있는 기록으로 한국역사(韓國歷史)가 있다. 유가(儒家)의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 불가(佛家)의 일연이 쓴 ‘삼국유사’ 선가(仙家)의 북애노인이 썼다고 하는 ‘규원사화’ 가 있다. 신화로는 개국신화(開國神話)인 단군신화(檀君神話)가 있다. 그리고 유물과 유적으로는 동북삼성(東北三省)과 간방(艮方)에 널려있는 고조선의 홍산문화(紅山文化)가 있다.
단군신화에는 곰과 호랑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을 곰의 후예(後裔)로 표현하고 있다. 문자대로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곰이 어떻게 사람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는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전문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실체(實體)가 없는 신화는 탄생(誕生)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체가 세월의 때가 묻으면서 신화로 둔갑(遁甲)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식(常識)의 언어를 초월(超越)해서 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식의 언어를 초월해 표출(表出)되는 순간 신화가 되는 것이다.
동북공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조선 유적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연대가 훨씬 더 올라가는 유구(遺構)와 유물(遺物)이 발굴되자 덮어버렸다고 한다. 역사적 유물의 연대를 밝힐 때 흔히 탄소연대측정(炭素年代測定)이라는 것을 한다. 탄소연대측정으로 밝히는 사실은 우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강변(强辯)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科學的)으로 밝혀지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否定)할 수 없으니까 덮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의견이 분분하다. 1948년과 1919년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하는 형국이다. 갑론을박할 일이 아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수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자유로이 선거된 대표로써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1948년의 의의를 밝히는 건국헌법 전문(前文)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法統)을 계승하여”라는 표현에서 정통성을 찾고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에서 정당성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체(政體)는 누가 뭐래도 1948년에 채택한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이다. 자유민주와 시장경제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공유(共有)하고 있는 이즘이요 사상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이 시대를 떠받치는 정당성이다. 1919년의 정통성과 1948년의 정당성 속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存在)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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