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기타줄 사랑

“선생님, 너무 더워요.”“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선생님, 목말라요.”일찍 와서 뛰어 놀던 아이들이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문을 쏟아냅니다.“화장실 갈 사람은 빨리 다녀오고 선생님이 사무실에 올라가서 물 좀 가져 올 테니 그동안 배운 것 연습하고 있어라.”저는 2층 관리 사무실에 가서 물 컵을 챙기고 큰 물통에 얼음을 가득 채운 물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듯 물 컵을 집어 들고 서로 얼음을 먹으려 아우성을 칩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골고루 물을 나누어주죠.

이렇게 한 바탕 소동을 치르고 수업을 시작할라치면 아이들의 주문이 다시 쏟아집니다.

“선생님 제 기타 소리가 이상해요.”“선생님 제 기타 줄 좀 맞춰주세요.”다시 경쟁하듯 자기 기타를 저에게 밀어 놓습니다. 순식간에 제 앞에 죽 쌓인 기타들...
저는 기타 줄을 맞춰서 하나 하나 아이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수업을 시작하는 동안 아이들은 저에게 불평도 많고 질문도 참 많아요.“선생님, 코드가 잘 안 잡혀요. 이건 왜 꼭 이렇게 잡아야 하나요? 편하게 이렇게 하면 될텐데...”“기타를 이렇게 세워서 치면 더 편한 거 같은데 왜 꼭 옆으로 쳐야 돼요?”아이들이 장난치며 기껏 맞추어 놓은 기타 줄을 감다가 줄을 끊어 버립니다.

저는 또다시 기타 줄을 갈아주느라 씨름해야 하죠. 우여곡절 끝에 수업을 다시 시작합니다.리듬을 가르쳐주고 하나 하나 제대로 하는지 점검을 하고 리듬에 맞추어 노래연습을 시킵니다. 아이들은 제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어 따라 부르고 어떤 아이는 목을 앞으로 쭉 빼고 리듬에 맞추어 목으로 오리 춤을 춥니다.

그런 아이들 모습에 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수업을 멈추고 말죠. 그러면 아이들은 재미있는지 제 노랫소리를 흉내내고 더 장난을 칩니다. 한 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또다시 저를 졸라댑니다.

“선생님 쉬는 시간 좀 주세요.”“쉬는 시간도 없이 수업을 어떻게 해요?”“좋아, 10분만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다.”아이들은 좋아라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갑니다.
나가서 배드민턴 치고, 화장실 다녀오고, 칠판에 낙서하고, 핸드폰으로 문자 주고받고, 게임하고....... 할 일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휴식 끝, 10분 지났다.”아이들은 아쉬워하며 다시 자리에 앉죠.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은 산만하여 집중하려 들지 않고 잘 떠들고 장난도 잘 칩니다.
이럴 때 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죠.“지금부터 배운 것 잘 하는 순서대로 보내준다!!  선생님이 통과시켜 준 사람은 집에 가도 좋아. 나머지 공부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고...”
아이들은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입니다.

서로 선생님이 자기만 바라봐 주기를 바라며 틀리지 않고 잘 하려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연습합니다.
그 중에 가장 착실하게 잘하는 선주와 여학생들을 먼저 통과시켜주면,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듯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통과시켜주는 동안 마지막에 남은 아이는 애절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저는 한 번 더 점검을 하고 잘 하는 걸 확인한 후 통과시켜줍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깍듯이 하고 돌아갑니다. 이렇게 전쟁처럼 수업을 끝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돌아서는 제 얼굴에 미소가 감돌게 되죠.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착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 제 칭찬 한 마디에 아이들은 얼굴빛이 달라집니다.

송우리에 있는 포천시 청소년 교육문화센터에서 기타를 배우는 초·중학생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의 모습입니다.

“선생님께 기타강의를 들으면 모두 선생님 펜이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기타 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선생님은 기타를 메고 계신 모습이 너무 어울려요.”
성인반 수강생들의 한 마디에 제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지죠.

“누구 남편은 생일 선물로 차도 사줬다는데 나는 기타 하나 선물로 안 사주나...”“그걸 기다리느니 차라리 은행을 털어!”“은행은 지금도 털지.....”“........ 하하하하...... 그렇지.. 은행은 지금 털 시기야... 맞어....그게 근데 냄새가 좀 심해서... 하하하하.... 호호호....”성인반 수강생 아주머니들의 주고받는 이야기로 모두가 웃음바다가 됩니다.

“선생님, 올 가을에 우리 기타반 전원이 함께 모여 수련회 겸 야유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서로 인사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어 먹고 노래도 함께 부르고요...”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기타반주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 아이들과의 사랑도 키울 수 있는 가족 같은 저의 공간....저는 이곳을 사랑합니다.
오는 10월 중순 우리 기타반 수강생들과 제가 꾸미는 아름다운 사랑의 하모니에 한번 참석해 보시면 어떨까요? 통기타와 함께 하는 사랑의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