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었니? 감자 캐러 가자.”전화로 들려오는 친정어머니 목소리입니다. 어제부터 내일은 감자 캐러 가야한다고 다짐을 놓으시던 어머니가 서두르시는 모양입니다. 알았다고 대답한 후 챙이 넓은 모자에 티셔츠, 츄리닝 바지 차림으로 감자를 캐러 나섰습니다. 산등성이 군부대 땅을 임대하여 농사지은 지 여러 해가 되었지만 산에 오르는 일은 늘 새롭습니다. 작년까지는 친정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일을 하셨는데 올해 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부터는 친정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제가 함께 일을 합니다. “나는 감자하고 인연이 많은 가봐요. 우리 막내 낳을 때도 탐스러운 감자가 주렁주렁 달린 줄기를 쑥 뽑아드는 꿈을 꾸었는데....” 산을 오르며 제가 말을 하자, “감자 캐는 꿈은 아들 낳는 꿈이야. 너도 아들을 낳았잖니?” 그런 것 같습니다. 막내아들은 아까 말한 대로 큰 감자가 주렁주렁 달린 감자줄기를 쑥 뽑아드는 꿈을 꾸었거든요. 그 꿈대로 저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았습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밭에 도착했네요. 올해는 감자가 유난히 알이 굵고 농사가 잘 되었습니다. 당연히 수확량도 훨씬 더 많죠. 하나하나 캐내는 즉시 크기별로 선별하여 바구니에 골라 담습니다. 큰 것은 큰 것끼리, 작은 건 작은 것끼리, 알이 아주 작은 것은 졸임용으로 따로 모아둡니다. 이렇게 크기대로 구분해서 캐내야 하는 것을 처음에는 그렇게 할 줄 몰라 무조건 담았다가 나중에 다시 선별하는 낭패를 보기도 했습니다. 농사를 시작할 당시엔, 비교적 손이 덜 가고 고라니 등 동물의 피해가 적기 때문에 감자 농사가 제일 쉬워 너무 많이 심었었고, 수확할때 우리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온 식구가 전쟁 치르듯 일을 했습니다. 그 덕분에 둘째 딸은 지금도 감자를 먹지 않습니다. 감자 캐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젠 감자만 봐도 지겹다는 겁니다. 캐온 감자를 바로 처분하지 않고 저장해서 더 비싼 값에 팔려고 하다가 싹이 나고 썩는 바람에 실패하기도 했구요.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이제는 큰 욕심부리지 않고 그저 먹을 만큼만 심고 먹을 만큼만 수확하고 있습니다. 다 경험에서 나온 산 지식이라고나 할까요? 아직 다 캐지도 못했는데 벌써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남은 것은 내일 다시 캐기로 하고 산을 내려오는 길은 너무나 가볍고 즐겁습니다. 뜨거운 여름 한 나절을 밭에서 땀 흘려 일하고 늦은 저녁 돌아오는 농부의 마음이 이런 거 아닐까요? 저는 욕심부리지 않고 사는 방법을 감자 농사를 통해 터득했고 그것을 통해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며 이웃과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는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올해 감자농사는 대풍이랍니다. 감자를 캐는 제 마음도 풍년입니다.
김미경 주부명예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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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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