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단 춘계수련대회 ]안개처럼 스며드는 기억의 파편

강화도는 나에게 있어 유달리 추억이 많은 곳이다. 벌써 10년은 지난 것 같다. 토요일 저녁 모든 일을 끝내고 잠이 들면 다음날 새벽 2시쯤 남편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서 여행 가자고. 나는 일어나기 싫어서 짜증을 부려보지만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곤 했다. 어둡고 캄캄한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늘 강화도였다.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 한적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침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보게 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이 새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검푸른 바다 위를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과 함께, 내가 태양 속으로 마치 오리온의 화살처럼 쭈욱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한순간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빠져 나는 새벽잠을 설치고 나온 피곤함을 잊고 감탄사를 연발하곤 했다.
“나오길 잘했지?”남편의 한 마디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었다. 그렇게 서너 번은 강화도엘 다녀간 것 같다.
석모도를 돌아보고, 어떤 때엔 마니산과 전등사, 어떤 때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은 격전지와 갯벌을 돌아보기도 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서양 열강의 침범을 받을 때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지역 강화도에서 남편의 조상이 열심히 싸운 공적을 인정받아 ‘강화 척사비’를 받으셨단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며 남편은 자신의 뿌리 찾기에 매달리듯 나를 데리고 강화도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었다.
남편의 그러한 명분을 말릴 길이 없는 나는 남편이 하자는 대로 따라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늘 생활에 찌들어 힘들게 살아가는 아내에게 단 둘만의 오붓한 여행으로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주려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당뇨병으로 인해 시력이 떨어져 눈이 침침해진 탓으로 장거리 운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행은 생각을 못하고 있다.
그런 남편과의 추억이 서려있는 이곳 강화도에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단이 수련회를 온 것이다. 돌아보는 곳곳마다 남편의 손길, 숨결이 안 닿은 곳이 없는 이곳에서 나는 남편의 체취를 새삼 느끼게 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각자의 인생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놓는 모습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즐거움에 손뼉치며 웃음 짓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오늘 수련회가 우리의 인생에 있어 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리고 즐거운 이야깃거리로 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