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묻는다. “언어(言語)란 무엇이냐?” 얼른 대답을 못한다. 言語에서 言이란 소리(sound)를 말하는 것이고 語란 의미(meaning)를 말하는 것이다. 언어란 소리에 의미를 담은 것이다. 그리고 ‘언어’란 문장체(文章體)이고 ‘말’이란 구어체(口語體)이다. 언어도 소리에 의미(意味)를 담은 것이고 말도 소리에 의미를 담은 것이다. 말이란 이처럼 소리와 뜻이 같이 가는 것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소리와 의미가 같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대와 대화(對話)할 때에 소리와 의미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말할 것도 없이 의미가 더 중요하다. 소리도 중요하지만 의미는 더 중요하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의미를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뜻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뜻이나 의미를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意思疏通)을 하기 때문이다. 뜻이나 의미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하면서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共有)하기 때문이다. 소리는 뜻이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뜻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는 여러 가지이다. 말일 수도 있고 손짓일 수도 있고 제스쳐(gesture)일 수도 있다. 또 글이나 문자(文字)나 그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리보다 의미나 뜻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소리로 판단(判斷)하는 것이 아니라 뜻이나 의미로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식(知識)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소리보다 의미나 뜻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보다는 문서(文書)가 더 중요하다. 말은 유동적(流動的)인 것이나 문서는 고정적(固定的)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번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나 흘러가면 그만이다. 지나가면 그만이다. 그런 말 한 일 없다고 잡아떼면 어쩔 수 없다. 흔적(痕迹)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녹음(錄音)할 수 있다. 마이크를 들이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별한 경우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상식(常識) 이하의 일이기 때문이다. 문서(文書)는 그렇지 않다. 글로 쓴 것은 그렇지 않다. 흔적(痕迹)이 남기 때문이다. 기록(記錄)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문서로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모든 일은 문서가 앞서야 한다. 문서가 앞선다는 것은 생각이 앞선다는 것이고 계획(計劃)이 앞선다는 것이다. 문서가 앞선다는 것은 책임(責任)이 앞선다는 것이고 의무(義務)가 앞선다는 것이다. 또한 미리 예상(豫想)해 본다는 것이고 사전(事前)에 시뮬레이션(simulation) 해본다는 것이다. 말은 즉흥적(卽興的)이나 문서는 그렇지 않다. 즉흥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문서로 달라고 하면 망설인다. 문서는 구속력(拘束力)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툼이 일 때 증거(證據)가 되기 때문이다.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서로 말하는 것은 변명(辨明)의 여지가 없다. 번복할 수 없다. 문서가 스스로 말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문서로 말해야 하는 이유이고 문서가 앞서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만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확인(確認)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일에 문서를 앞세워야 한다. 일의 우선순위(優先順位)를 정하고 필요불요(必要不要)를 따지기 위해서라도 문서를 앞세워야 한다. 행동(行動)하기에 앞서 문서로 생각하고 문서로 정리해야 한다. 꼭 필요한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 시급을 다투는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 시급을 다투는 일은 아니나 꼭 필요한 일은 미리 챙겨야 한다. 시급하지도 않고 곡 필요하지도 않은 일은 뒤로 미루어도 된다. 막연히 생각하고 결정(決定)할 것이 아니라 문서(文書)로 정리하면서 생각하고 신중(愼重)하게 결정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모든 일은 문서가 말해준다. 대인관계에서 모든 일은 문서가 말해준다. 문서에 의미가 담겨있고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서를 챙겨야 하는 이유이고 문서로 말해야 하는 이유이다. 행하기 전에 먼저 문서부터 챙기는 습관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