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31)

백리 중 구십리쯤 왔는데
나머지 십리 길이 천리 같아 못 오는가
오늘도
나뭇잎이 다 떨어진 길을 따라
씨앗들이 날아가 버린 억새풀 무더기 무더기 너머
흰 치맛자락만 보인다

◀감상=해설
함동선(咸東鮮)님은 황해도 연백에서 출생하여 남하(南下), 서라벌예대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경희대학원 국문과 석·박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회장, 한국문협 부이사장을 역임한 정통파 순수문인이며 화려하게 등단한 문단의 원로로서 선후배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시인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기도 하다.
우선 ‘동선(東鮮)!’ 이보다 더 예쁘고 신선하고 정감어린 이름도 드물다. 님의 시집 ‘짧은 세월 긴 이야기’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함 시인은 고향이 그를 시인으로 만든 것이다. 6.25전에는 38선 이남이었으나 1953년 7월 27일 휴전 후에는 북의 땅이된 지운(地運)이 없는 땅으로 강화도를 찾은 함동선 님은 자기의 옛집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며 님의 어머니인 듯한 흰옷 입은 여인을 보고 통곡한다.
‘나의 시는 나의 삶에 있어서 고향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고 고향 앞에서 나란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일이다’라는 말로 함동선 시의 시심(詩心)과 시정신(詩精神)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는 문예사조에 실었던 것을 시집 ‘짧은 세월 긴 이야기’에 모은 것으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담긴 통한의 절규이나 아름다운 풍경화의 현장을 바라보듯 신선하고 가슴의 따스함이 와 닿는다.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분단의 회한과 통분, 그리움의 절류의 혈점(절류지혈점(絶流之血點)이 묻어나는 시가 함 시인의 시풍(詩風)이어서 더욱 독창성(獨創性)이 결결이 묻어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