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24)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 뿐이로다.

꽃 한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새 한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 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게 밤 뿐이요.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 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밤 하늘 별이더뇨.

◀감상=해설
1906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신석정님은 동국대학교 전신인 불교전문학원에서 불전을 연구하였고 일찍이 시작에 정진하였다.
전북 부안을 지극히 사랑하였으며 불심어린, 시심이 담뿍 담긴 듯한, 종교적, 해맑은, 기도같은, 시정신이 번뜩이는 시를 써서 문학인들은 물론 일반 문학애호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분이시다.
스스로 별이 되어 하늘 위에 떠서 지구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외로움에 떨며 하늘과 산과 꽃과 새와 노루가 되기도 하고 끝내는 밤 하늘 별 속에서 방황을 끝내고 자기의 잃었던 별을 찾는 시심은 창문을 열고 우주를 떠도는 신석정님의 마음의 외로운 배를 보는 듯 청초하다.
시인은 외롭다. 또 외로워야 한다. 여러 중생들과 어울려 먼지 날리고 바람 쏘이다 보면 청아한 우주와 삼라만상(森羅萬象)을 관조하기가 두려워지기 때문이다.
수정같이 맑고 풀잎같은 신석정님도 외로움을 즐기고 먼지 속 중생의 못 보는 세계를 슬픔의 미학으로 그림 그려 보았을 것이다.
그 그림이 바로 신석정님의 마음을 닮은 ‘슬픈구도’인 것이다. 독자 감상자는 지금 어떤 미학의 구도를 그리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