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23)

제운 밤 촛불이 찌르르 녹아버린다
못견디게 무거운 어느 별이 떨어지는가

어둑한 골목 골목에 수심은 떳다 가란졌다
제운 맘 이 한밤이 모지리고 하은가

히부얀 조이 등불 수집은 걸음걸이
샘물 정히 떠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참해라 기리운 정을 묻고 싸어 흰 그릇에
그대는 이 밤이라 맑으라 비사이다

◀감상=해설
영란은 아름다운 시어(詩語)를 만들고 골라 쓰고 리드미컬한 흐름을 매우 아름답게 조립하는 서정시인이었다.
밤새워 타는 촛불의 눈물을 보며 별이 떨어지면 어느 마감하는 인생의 하늘을 연상하며 그믐밤을 노래하고 있다. 괴로운 한해가 어두운 마음 속에서 영랑의 인생의 골목을 부침한다.
깨끗한 흰종이(백지), 등불의 밝고 따스하며 고결한 정렬의 조심스런 흐느낌의 걸음걸음, 샘물같은 투명하고 해맑은 정서를 가슴그릇 속에서 담아내며 오랫동안(기리며) 진실되게 담은 티없는 정의 숨결을 더욱 더 깨끗하게 기도로서 보존키를 갈구하며 묵은 해를 촛불 앞에 앉아있다는 조재의식으로 노래하고 있다.
깨끗한 백지나 샘물의 정(靜, 精) 즉, 깨끗함은 고요속의 자리잡은 영랑 자신의 마음이다. 영랑은 시인의 시다운 노래를 감동을 주며 피를 찍어 쓴 몇 안 되는 시인중의 한 분이다. 그는 자신은 물론 이웃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 촛불같이 마음을 불태워 노래한 시인이기도 하다.
영랑은 1904년 6·25때 4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본명은 윤식(允植)이며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일본 청산학원 전문부에서 수학하고 『시문학』의 동인으로 우리 신시 발전에 크게 공헌을 하였으며 해방후 공보국장의 관직에도 있었으며 저서로는 『영랑시집』 『영랑시선』 등이 있는데 더 생존하였으면 금구슬, 은구슬, 옥구슬 같은 아름다운 시가 그의 아호대로 영원히 낭송되고 더더욱 아름다운 시가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삼천리 금수강산에 울려 퍼졌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