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22)

황톳길을 가다가
황토 먼지 뒤집어 쓴
찻집을 보았네

님을 기다린다면
마을 어귀에나 서 있을 것을
다 스러져가는
스레이트 지붕 담벼락에 끼인채

길 떠난
님 기다림에 지친 문 틈새로

세월이 멎어버린
슬픔이 있었고

그대따라 떠나는 연습은
미완에 그친 채
선반 위에 얹힌
찻잔 몇개로 남아
그대 가슴 적셔줄 날
기다리고 있었지

◀감상=해설
조성심 시인은 한국문단의 대원로이신 조병화님이 추천사를 써 줄만큼 대접받는 여류시인이다. 늦게 등단하였으나 님의 시가 문단의 선배들로부터 칭송을 듣는 것은 님의 시가 화려한 시어와 은유로서 가슴 설레이는 그림을 그리게 하기 때문이다. 시인 동인들과 아동문학가 선후배들이 조성심 시인을 사랑하고 아끼는 바도 조성심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과 님의 활발한 시작활동 때문이다. 조시인은 내 사랑하는 국토를 순례하며 노래하고 시인들과 어울려 그의 노래를 불러 시인된 보람과 기쁨을 안겨 준다. 님은 황토마을의 어느 찻집에서 지나간 세월의 추억을 반추하고 기다림의 미학(美學)을 노래한다.
기다림의 상대가 누구라도 좋았다. 님의 기다림 속에서 멈추어 버린 순간의 미학을 애태우며 승화시키려고 고뇌하는 가슴에서 자신의 미학을 승화시킨다.
지금쯤은 이름 모를 찻집을 찾은 황토마을의 발자국들이 내가 조시인의 발자국이었노라고 속삭일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은 노래하는 사람이다. 노래를 잊은 카나리아는 새장에서 쫓겨나듯이 아름다운 시를 낳는 순수시인이 아니거든 시단에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조 시인은 한국 시단에서 그의 아름다운 노래를 때마다 잊지 않고 불러줄 것을 기대한다.
조 시인은 목포교대, 서울교대, 건국대 교육대학원을 나오고 서울사대 부속초등학교 중견교사로 근무중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 또한 자주 불러 주위의 어린 벗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리라 생각되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