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21)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조름 잔뜩 실은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위를 거닌다.
이 잃은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안에 자지러지노라
이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銀)살같은1)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2)
아! 안을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감상=해설
변영로(卞英魯) 수주(樹洲)님의 시이다. 원래 수주님의 대표작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서 대학 입학시험 문제에도 출제의 단골메뉴였던 「논개(論介)」이다.
그래서 이 곳엣는 서정시 「봄비」를 소개하였다. 1898년 서울에서 출생한 수주님은 미국 산호세이대학에서 수학하고 다년간 교수, 기자 생활을 하였으며 영문학의 권위자였다.
그의 대표시집 「조선의 마음」을 통해 우리는 조국을 누구보다도 지극히 사랑한 변영로님의 가슴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정감이 간다.
「봄비」는 서정시 중에서 님이 아껴 낭송하던 시였으며 이화여대생들이 특히 좋아하던 님의 시로 유명하다.
마치 인도가 낳은 노벨문학상 수상의 시성(詩聖)이었던 시인 「타고르」의 시를 읽는 듯 청아한 향내있는 시이다.
하이네나 바이론에서나 볼 수 있는 수주님의 자연 속을 방황하는 감동어린 시심(詩心)은 하늘과 꽃과 구름과 빗속을 여행하고 있다(그리움을 안고).
따뜻이 안을 사람(포옹할 애인)을 자연 속을 여행하며 찾고 있다.
그 애인은 꽃이라도 좋고 구름이라도 좋고 비라도 좋다.
아니, 꽃같이 화려하고 은빛 빗살같이 사랑을 속삭이고 구름같이 포근한 어딘가 존재할 애인을 마음을 비우고 수주님은 기다렸을 것이다.

※주)
1. 은살같은 : 은빛 빛나는 화살같은
2.나리누나 :내리는구나의 옛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