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12월이 벌써 다 가고 있다. 한 쪽 벽 위에 힘없이 걸려 있는 달력 한 장이 더욱 가는 해의 쓸쓸함을 더해준다. 자고 나면 시간이라는 것은 왜 그리 빠른지..... 사실 시간이라는 것은 어린애로부터 백발노인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공유되는 것인데도 나는 시간과 마주치게 되면 그 속도감에 압박되어 초조해진다.
나이 탓도 있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힘들어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든다. 바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사람들에게는 워낙 힘든 일이다.
세계는 지금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옛날의 우리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알아왔던 그런 미지의 곳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이제는 못 가는 나라가 없다.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걸 다할 수 있는 세상이다.
물론 그것은 옛날에도 그랬지만. 유태인 속담에 모든 고통과 불행은 빈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이 시점에서 고민하게 되고 불행해지는 것도 돈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불행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크게 실감하지는 못했었다. 세계경제는 자본주의 기저에서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하였고 경제개발이 안 이루어지는 나라가 거의 눈에 안 띌 정도였다. 긍정적인 면도 많이 생겨났다.
일자리도 많이 생겨났고 자본만 있으면 저임금 국가에 가서 공장을 지어 많은 이윤을 내기도 하였고 무역거래도 자유롭고 다양해져 인터넷을 가지고도 많은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허다하였다. 증권투자나 부동산에 이렇게 해서 생겨난 돈들이 재투자되었고 그래서 한 때 주식이 2천 포인트를 상회하였으며 부동산에도 소위 거품이라는 것이 생길 정도로 과도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국외적으로는 다국적 기업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이 기름 수요에 편승하여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사재기를 한 결과 1배럴에 140불이 넘기도 하였다.
부정적인 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덩달아 금값 곡물 값과 각종 원자재 값이 상승하더니 잘 나가기만 하던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지의 주식들이 요동을 치면서 그 여파들이 힘이 없었던 우리 대다수 서민들에게 잽을 날리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의 나쁜 경제 상황의 전조에 지나지 않았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은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경제 문제가 되었다. 공공기관이나 다를 바 없는 은행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하다 망가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집을 전혀 살 형편이 안 되는 서민을 상대로 그것을 사도록 집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하였고 투기를 조장하여 또 집 값을 올리고 올라간 것만큼 다시 대출을 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세계의 유수한 은행들까지도 연루하였다가 부도로 경제위기를 불러온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이라고 아파트 투기가 광풍처럼 도시마다 휩쓸고 지나갔을 때 달랐던 건 아니었다.
세계경제는 기계의 톱니처럼 꽉 물려있다. 우리나라의 은행들도 많은 위기에 처해졌고 급기야 정부가 은행이 세계 자본시장에 대하여 진 빚을 보증하고서야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지금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기업이나 서민들이나 담보가 확실하지 못하면 어렵게 되었다.
한 해가 가면서 우리들은 이런 뉴스들을 들을 때마다 왜 내가 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하고 반문하게 된다. 힘도 없고 남을 속일만한 재주도 없어서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뭐 IMF다 경제가 나빠진다 하면 제일 먼저 총대를 매야하니 속이 상할 수밖에... 끝이 어딘지도 모르게 치솟는 물가는 좀 진정이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민들이 감당하기에 부담스럽다.
장바구니를 들고 지갑을 열 때마다 12월의 추위만큼이나 주부들의 마음도 얼어붙었으니 걱정이다. 치솟기만 하는 교육비도 또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는 문제도 금년엔 유난히도 우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가는 듯하다.
아쉽고 안타깝고 그렇게 한 해가 진다, 그간 오랜 세월 생을 살아왔으면서도 또 경험을 통해 많은 교훈을 축적했을 수도 있었는데도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살아온 나 자신부터 부끄럽다. 그러나 그냥 잊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는 다만 무자년을 송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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