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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공명수]생태도시의 조건

독일 생태마을 제그(Zegg)의 사례에 대한 사유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2월 22일


제그 생태마을이 70년대 초부터 생태적 삶과 문화의 실험을 위해 구성되었지만 이 공동체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해는 1991년이다.


독일어로‘사회문화실험센터’(Zentrum fur Experimentelle Gesellschafts Gestaltung)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 생태마을은 독일 베를린 남서쪽에서 80km 정도 떨어진 휴양도시 벨치히시 인근에 위치해 있다. 울창한 나무와 이름 모를 야생초들이 만발한 이곳은 15ha(15만 m2) 정도의 면적에 100 여명의 주민이 현재 거주하고 있다. 특히 제그 공동체는 분단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이전에 이 지역은 동독의 국가정보원 특수교육기지로 활용되던 곳이었으나 이 공동체 입안자들이 통독 후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였다.


제그 공동체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개성이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고 있다. 제그 공동체의 정신은 프랑스를 시작으로 하여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던 ‘68 혁명’의 정신에 기본적인 바탕을 두고 있다. 당시 기성사회의 획일화된 체제에 도전하여 자유를 갈구하던 젊은이들이 자신들 방식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며 삶을 이끌어가면서 이 운동을 실천하였다. 제그 공동체는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구성원들은 미국의 이타카, 스코틀랜드의 핀드혼, 호주의 크리스털 워터스와 마찬가지로 목수, 교수, 변호사, 기계공, 음악가, 프로그래머, 그리고 요가강사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직장이 대부분 제그 구역 밖에 있지만 이들은 공동체 안에서 거주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제그에는 유치원이외에는 학교가 없다. 아이들은 대부분 근처의 다른 공동체의 자유학교(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일부는 대안학교 입학을 거부하고 인근 마을의 정규학교에 다니고 있다. 유치원생들의 경우 제그 공동체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하여 아이들의 교육을 돌본다.

물론 이들은 방학 중에는 정체성을 달리 하는 주변의 다른 공동체들과 자녀교육을 포함하여 생활과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상호 간에 긴밀하게 교류를 나눈다. 그리고 27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이들은 수많은 시행착

오를 겪으면서도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 문제를 공동체 회의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작은 규모의 캠프를 자주 운영하고 있지만 큰 규모의 워크캠프(Work Camp)를 일 년에 네 번 열고 있다. 거주인들은 겨울에는 자신들끼리 원활한 대화를 통해 내부결속과 공동체의 비전을 다지고, 여름에는 캠프를 통해 외부 사람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들의 내면과 삶의 경험들을 교류한다. 이들 중에

는 다른 공동체와의 교류를 통해 결혼도 하며, 이를 계기로 공동체를 옮겨가는 것도 자유롭게 허용된다.

 

제그 공동체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공동체의 한복판에 위치한 ‘캠퍼스’라고 부르는 원형공간이다. 공동체의 주요 시설물인 식당, 맥주바, 어린이집, 수영장, 캠핑장에 의해 에워싸여 있는 지름 30m 정도의 이 원형공간에서 구성원들은 특정 종교나 이념에서 벗어나 사랑과 삶과 문화와 자연에 대해 깊이 명상하면서 자유롭게 토론한다. 공동체 자체에서 기획한 캠프 프로그램으로는 자연과의 친교, 명상, 육체노동,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관계형성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영감교육의 핵심은 거주인과 방문자가 동시에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명상체험이다. 정주인들은 방문자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삶을 반추하고, 방문자들은 정주인들의 입장에서 삶의 소중한 경험을 체득한다. 이곳에서는 내부인이 외부인이 되고, 반대로 외부인이 내부인이 되는 안과 밖이 교차되는 내재적인 삶이 실천되고 있다.


제그 공동체에서 거주인들이 자신들의 삶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면서 찾고 싶어하는 삶의 원형은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이다. 이들은 명상을 통해 자연과 소통할 때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으로 회귀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삶에 대한 고정된 방식과 답을 따르지 않고 인간이 만든 제도와 관습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 본래의 자연스런 삶의 모습으로 다가가려 한다. 이들은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가 이성의 소산물이라 여기고 영성을 통해 자연의 본모습으로 다가가려 한다. 이들이 갈망하는 영성의 힘은 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매개체로서 오로지 명상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제그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 구별되는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사랑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이다. 제그 공동체에서는 남녀간의 관계나 세대간의 관계에서 구성원들의 자유의사를 가장 중요시 한다. 이 공동체 내에서는 거주인들 끼리 이성간의 자유로운 동거와 이별을 열어 두고 있다. 여기에는 사랑이 개인의 진정한 자유이면서도 동시에 사회 변화의 핵심 주체이다. 이들은 사랑이 결코 남성과 여성 두 사람만의 관계라고 여기지 않는다. 자연히 이들은 사랑의 올바른 답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제도적 사랑을 반대한다. 이들에게는 제도적인 사랑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의 근원적 가치, 다시 말해서 인간에 대한 사랑만이 존재할 뿐이다. 제그 공동체의 정주인들에게는 상호 간에 영성적인 신뢰가 구축되면 사랑에 대한 경계확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들은 개인간의 자유로운 사랑을 통해 인간이 진정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제그 공동체의 거주인들은 내적인 마음의 안정이 외적인 삶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고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삶에 의문을 던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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