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겔러리]그림으로 바라보는 의미와 상징

모든 과일에 경탄과 애착을 갖는 이영희는 작품 “투영”에서 피망의 형상을 부조형식으로 찍듯이 각인한다. 들어가고 돋아난 형상은 인체의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처럼 캔버스전체를 압도하듯 자리 잡거나 여러 개의 심장으로 질서 있게 펼쳐 놓는다. 피망의 외형적인 모습은 남성의 어깨근육이나 여성의 가슴을 떠올리는 매우 유기적인 곡선의 연결로 힘과 부드러움을 함께 포함하는 반복적 복제의 생산성을 드러낸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술 산업과 과학의 발달에 의한 구조적인 모순과 상실감, 특히 성까지 상품화하는 소비사회의 단면을 시간과 연결하여 박제화 했다고 볼 수 있다. 박제는 시간을 정지한 느낌이지만 결국은 시간 속에서 사라지는 공허함이요 덧없음이다. 이 결여된 현 세계는 지식이나 지적 욕구로 치유할 수 없음을 숫자나 기호, 문자를 통해 확인한다. 결국 이영희는 피망이이라는 심장을 통해 피망이 함유한 비타민A, C나 비타민 E로 건강한 사회로의 환원을 꿈꾸는 시작점이 바로 피망으로 투영된 자신의 모습이며, 박제에서 생명으로 전환하려는 작가적 열망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