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의 멋은 곡선과 색깔 및 율동의 조화의 극치 (2) 춤의 멋 한국의 춤은 민속무와 궁중무, 의식무, 가면무 등으로 구분되는데 민속무 중에 뛰어난 것이 농악무와 승무다. 농악무는 다른 춤과 달리 흥겹고 신바람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도 일품은 상무돌리기인데 흥겨운 가락에 맞추어 열두 발이나 되는 상무를 목으로 돌리어 둥근 원을 그리는 모습은 곡선과 율동의 극치다. 민속무 중에도 승무는 한국 춤의 정수다. 흰 장삼과 붉은 가사가 조화된 소박하고도 우아한 의상미와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숙연하고 경건한 몸가짐, 심원한 불교의 정신이 그윽한 가락에 실려 울려 퍼짐은 한국인의 유현하고 우아한 심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민속무와는 그 격을 달리하는 화려한 궁중무도 있다. 푸른 빛 몽두리에 붉은 대띠, 청ㆍ홍색이 조화된 치마저고리, 펄렁이는 치맛자락의 율동, 치마 끝에 가끔 드러나는 흰 버선코의 곡선미 등은 곡선 및 색과 율동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이룩되는 파격적인 화려한‘멋’으로 조화미를 초극한‘멋’이면서 한국 춤의 파격적‘멋’이기도 하다. (3) 문학의 멋 나는 졸저「韓國民謠의 史的 硏究(일조각)」에서 한국 민요의 내용적 특질을 구명함에 비애가 응집된 한(恨)을 기본 주조(主調)로 보고, 이를 해학으로 승화시킨 것이 은근한 문체적 특질로 되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외지력인 끈기가 구심적 특질을 이루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민요뿐 아니라 모든 문학 작품의 특질도 그러하니 그 대표적인 작품이 ‘처용가’나‘서경별곡’,‘가시리’등을 비롯해서‘단심가’며‘사미인곡’,‘심청가’등이며 이것은‘한(恨) 오백년’과‘아리랑’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월이‘진달래’나 조지훈의 "승무‘등과도 이어짐을 말한 바 있다. (4) 언어의 멋 한국 언어의 특질은 서양 언어가 논리적이고 주지적인데 반해 정서적인 감각 언어가 많고 특히 형용사가 발달하였는데, 그 예를 들면‘시다’는 말에‘시큼하다, 시크므레하다, 새큼하다, 시큼씁슬하다. 시척지근하다, 등의 유사어가 많다. 같은 의미를 다소 변화 있게 표현함으로써 기본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뉘앙스를 달리하는 것은 파격에 의한 한국어의 운치라고 본다. 그리고 한국어는 말에 의한 해학이 많다. 한국의 해학은‘말의 익살’이라고 할 정도로 어의적 해학(語戱的 諧謔)이 발달하였다.“이도령인지 삼도령인지, 서방인지, 남방인지, 정원에 정치고 이월에 이질 앓고, 맡아보니 마타리나물, 돌아보니 도라지나물”등의 말의 익살이 많고 심지어는 식물명에 며느리배꼽, 도둑놈지팡이 등의 해학적 어휘가 많다. 그리고 우리말은 문장에서 기본이 되는 주어가 생략되는 수가 많을뿐더러 서술어인 동사가 문장 끝에 온다. 또한 수적인 개념이 희박하여 단수 복수의 구분이 없다. 그러니깐 우리말에 감각 언어가 많은 것은 다정다감한 정을 나타내는 것이고, 주어가 생략되고 수 개념이 희박한 것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고 정적인 생활 자세를 반영한 것이다. 또 문장에서 기본 어휘인 동사가 맨 나중에 쓰이는 것은 한국 민족의 우유부단하고 여유 있는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학적인 말이 많은 것은 생활이 비록 가난하고 힘들지만 즐겁게 살자는 낙천적인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해학은 가난과 고통의 승화요 말의 풍류이며 운치다. 슬픈 인생을 말장난에 의해 웃었으니 그것은 경쾌하기보다는 은근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인의 다정다감하고 여유 있으며 은근하고 끈기 있는 심성은 언어의 특질에도 잘 나타났다고 본다.
(5) 그네의 멋 지금까지 여러 방면에서‘멋’의 특질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특질이 종합적으로 잘 조화된 것이‘그네뛰기’다. 오월 단오를 전후해서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네들이 우람하고 오래된 고목 나무 가지에 드리운 홍백의 동아줄에 매달리어 하늘 높이 나는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남다른 가난이나 노동자 시집살이 등에 시달리던 한국 여인들의 하늘과 자유를 향한 비상(飛翔)이요 동경이며 낭만인 것이다. 그 중에도 특히 쌍그네의‘멋’은 한국인의‘멋’의 극치다. 둘이 마주 서서 한 편의 궁둥이를 뒤로 빼며 구르면 다른 한 편은 똑바로 서서 끌려가고 이것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무 끝까지 오르는 것이다. 오월의 푸른 하늘 밑에 한껏 푸르른 산 및 나무의 배경과 청ㆍ홍ㆍ황ㆍ백색 치마 저고리의 조화, 그 위에 긴치마가 바람에 흩날리면서 이루는 곡선과 희끗희끗한 보일동말동한 속치마의 운치며, 붉은 댕기로 조화를 이룬 치렁치렁한 검은머리의 나부낌 등은 곡선과 색깔 및 율동의 조화의 극치다. 하늘 선녀의 놀이라고나 할까? 자연과 사람이 혼연 일체가 된 그대로다. 곡선도 자연이요 색도 자연이며 율동 또한 자연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자연미의 결정체며‘한국인의 멋’의 극치로 규정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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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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