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생태도시의 조건12] 건강한 습지 생태계에 대한 사유

공명수 교수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우리는 습지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에 일반적으로 무관심한 편이다. 우리가 기껏해야 알고 있는 극히 상식적인 정보나 지식은 다가오는 2008년10월에 창원에서‘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라는 슬로건으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내륙습지로 창녕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정도이다.
우포늪이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된 역사가 겨우 10년에 불과하기에 습지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몰상식만을 탓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습지 생태계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근원적인 완충지대라는 점을 잊고 지낸 지난 시절의 무관심과 무지를 분명히 반성하고 그것의 특성을 먼저 깊이 사유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마을과 농지 사이를 흐르는 샛강과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주변 습지에 대한 기억을 저마다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그 샛강의 주변 습지에 대한 향수를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하는 것은 수생식물(물풀)속에 서식하는 장구벌레, 물방개, 미꾸라지, 붕어, 그리고 민물장어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샛강의 주변 습지를 쓸모 없는 진흙땅으로만 생각하고 무차별적으로 농업용지, 공장용지, 그리고 아파트 용지로 개발하였다. 그 나마 남아 있었던 샛강의 주변 습지와 그곳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들도 살충제 남용으로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이며, 대신 그 자리에는 우글거리는 모기떼의 나쁜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산업화 과정 동안 잘못 형성된“인간의 생활공간을 저해하는 유해곤충의 산란장이자 서식처”라는 샛강의 주변 습지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당분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습지 생태계의 긍정적인 가치와 작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습지가 자연생태계 보호, 특히 생물종 다양성의 유지와 복원에 필수적인 환경자원이라는 점과 깨끗하고 맑은 물이 물환경 개선에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습지의 생태적 기능과 가치가 무엇이고 왜 보전하고 잘 가꾸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습지 생태계는 고유한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습지의 생태적 특성을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습지 생태계의 기본적인 요소로는 습지에 흐르거나 고여 있는 물, 습지의 바닥에 형성된 토양, 그리고 습지에서 성장하고 있는 수생식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습지라고 정의할 수 있는 생태적 조건으로는 토양이 물로 채워져 연중 일정 기간 동안 얕은 물에 잠겨있는 수문 환경조건, 배수가 잘 안 되고 습한 땅인 습윤 토양조건, 그리고 물 속에 잠기거나, 물로 둘러싸여 산소가 부족한 환경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수생식물 조건 등을 말할 수 있다.
우선, 습지는 다른 어떤 생태계보다 생물학적 생산성이 활발하여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이 가능할 수 있다. 습지는 물과 육지가 만나는 곳으로 두 영역에서 살아가는 생물 모두에게 산란장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습지 생태계는 많은 생물종의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서식환경이 되고 있다. 우선 습지 생태계 속에는 풍부한 플랑크톤과 유기성 분해물질이 서식하고 있다. 습지가 확충되면 그 내부에서 풍부한 플랑크톤이나 유기성 분해물질이 늘어나 일차적으로 수서곤충의 먹이를 제공하게 되고, 이차적으로 수서곤충은 조류, 양서류, 소형포유동물 등의 다양한 생물종의 먹이가 된다. 습지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 종에게 서식환경을 제공하는 생태적인 먹이사슬을 형성하는 공존의 생명공간이 되고 있다.
게다가, 습지 생태계는 육상 생물계와 수중 생물계의 상이한 특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공생 공존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습지 생태계는 두 생태계의 완충지대이자 전이대로서 육상 생물계와 수중 생물계를 잇는 연결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습지 생태계에서는 두 생태계의 상호작용에 의한 공생 공존이 가능하게 되고, 생물의 종 다양성 유지와 복원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지닌다고 하겠다. 습지 생태계에는 일정한 규모의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 종의 복원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물에 잠겨 있는 습윤 토양에 서식하는 수생식물(물풀)은 산소가 결핍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독특한 식물이다. 물풀은 산소가 매우 적은 환경에서 생존하는 식물이므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고정시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을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작용은 지구 온난화의 주된 요인인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대기온도 및 공기 정화 기능을 갖게 된다. 수생식물 뿌리는 토사를 붙잡아 고정시키면서 하천의 침식을 방지하고 토양을 보전하고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생식물은 주변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하천과 저수지의 수질관리가 가능해 진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생활공간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습지 생태계를 보전하고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습지 생태계가 깨끗하고 맑은 물 관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이는 생태환경의 복원이라는 일차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 우리에게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생 공존하는 생명의 공간을 제공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하겠다. 습지 생태계가 복원되면 우리의 마을 사이로 흐르는 샛강에 장구말, 유글레나, 물벼룩, 짚신벌레, 검정말, 붕어마름, 개구리밥, 소금쟁이, 장구벌레, 물방개, 물장군, 논우렁이, 잠자리유충, 거머리, 미꾸라지, 붕어, 민물장어 등의 다양한 생물들이 다시 찾아 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구리도 마음껏 뛰놀며 자기 안방처럼 산란처로 이용할 것이고, 언젠가 자취를 감춰버린 왜가리도 물풀 속의 생물들이 그리워 곧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오리나 겨울철새들도 잠시 쉬어 가기 위해 우리의 샛강을 기웃거릴 것이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건강한 생태적 삶의 공간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