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강하시던 울 엄마가 아기가 되었다. 대문을 들어서면서 큰소리로 두 번 세번 엄마 하고 불렀더니 주방 저쪽에서 절름거리며 나오시면서 반가움에 눈시울을 적시셨다. 네가 웬일이냐고 어린아이가 되어 있는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울을 터뜨리신다. 한소리 또 하시고 갈 때마다 들려주시는 동네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혼자서 얼마나 외로우시면 그러실까 하고 맞장구를 치며 듣곤 한다. 요즘 들어 엄마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다놓은 엄마개가 새끼를 7마리나 낳아서 밥 주고 돌보는 재미로 어리광이 좀 줄어든 편이다. 마당에는 채송화가 만발하여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하계 세미나로 해마다 여름이면 친정에 간다. 휴가 겸 떠가는 친정나들이는 나를 일년 중 가장 마음 편하게 지내다 오는 시간이다. 하룻밤만 자고 다시 와야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엄마와 조용하게 지내다 오곤 한다. 만나서 반가웠지만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혼자 계신 엄마를 홀로 두고 올 생각을 하면 차마 몇 시쯤 가야 된다고 말씀을 못 드린다. 물론 한 동네에 막내 동생이 잘 돌보아 주지만 아기로 변해버린 울 엄마는 육남매 모두가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시는 눈치다. 모두다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형제들 누구하나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엄마 이제 가봐야겠어요 인사 올리고 차에 오르려면 엄마도 나도 눈물이 난다. 이게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나를 무겁게 한다. 한참을 차안에서 남편 눈치보며 울다가 나도 모르게 고속도로 여기저기 아름다운 산천초목에 매료가 되어 엄마 생각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혀지기 마련인가 보다. 나는 벌써 엄마 생각을 잊어버리고 나의 삶에 치중하여 스케줄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