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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생태도시의 조건7]물의 생태학에 대한 사유

물의 생태학에 대한 사유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6월 30일



공명수 교수(대진대학교 영문학과)

 

어떤 지역이든 어떤 사람이든 모두 마음속에 물에 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물이 지닌 온갖 모습을 통해 때론 격정적인 공포에, 때론 부드러운 위안에, 때론 영묘한 신비에 빠져든다. 그것은 물속에 펼쳐지는 성(聖)과 속(俗), 창조와 파괴의 모든 상상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물에 얽힌 각자의 과거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어떤 계기 없이도 자리에 앉으면 물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을 수 있다. 우리는 가슴 깊숙한 곳에 홍수 속에 죽은 가족과 이웃의 상처를 묻어 놓고 있기도 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과 저수지의 물이 말라 모내기를 하지 못한 때에 겪었던 아픈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벤자민 프랭크린(Benjamin Franklin)은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Poor Richard"s Almanac)에서 “우리는 우물이 말라야 물의 진정한 가치를 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은 항상 형이상학적이고 물리적인 모든 에너지의 근원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자연철학자들은 물을 유기체 형성 과정의 근원으로 인식하여 “변하기 쉬운 혼돈”으로 정의하고, 괴테는 물을 어느 곳에서든 존재하는 “만유의 요소”로 간주하며, 그리고 핀다르는 만물 중에 “가장 고귀한 요소”라고 칭한다. 볼프람 폰 에셴바흐(Wolfram von Eschenbach)는 『파르치발』(Parcival)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물은 창조된 모든 피조물들이 결실을 맺도록 해주며, 그 결실의 피조물들을 인간은 생물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시력을 얻은 것도 바로 물때문이다. 물은 모든 영혼에게 광채를 선물하고 있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천지창조의 성격이 적혀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또한, 무색투명한 액체인 물은 모든 피조물과 산, 구름 등 세상만물의 근원을 비추는 우주의 거울로 통하고 있다. 고대문명에서는 물이 생명의 근원으로, 종자의 근원으로, 지구의 즙으로 신성화 되었다. 고대인들은 물의 창조행위 자체를 신들의 위대한 춤의 카타르시스로 간주하였다. 그 신들이 추는 춤이 모든 존재의 생명을 주재하는 자연의 순환과 같은 계절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신들이 자연의 순환주기, 즉 물이 지니고 있는 현상적 속성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표출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세계 곳곳의 지역인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제각기 다른 경외하고, 숭배하며, 존경하는 신들을 품고 있다. 자연히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신은 좋은 신이지만 어떤 신들은 악한 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신들은 지역의 풍습과 문화에 따라 저마다 다른 정체성으로 상징화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물이 지닌 다양한 정체성을 정리해 보면 대체적으로 물의 근원적인 속성인 창조와 파괴의 속성으로 압축된다. 물이 지닌 신성한 상징성 때문에 물을 창조와 파괴, 탄생과 죽음 등의 의미체계와 결부시킬 수 있다.
 우선, 물에 내포된 창조의 상징적 의미체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비옥한 삼각주에 거주하던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사람들은 물을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심연인 압수에서 나온 원초적인 요소로 숭배한다. 그들은 샘물과 호수와 강물 등 모든 형태의 물을 창조주인 수신(水神)이라는 이름으로 인격화 시켜 경배하고 있다. 물속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은 물의 힘과 연관되어 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바빌로니아 남부지방의 칼디어와 페르시아 사람들은 순결한 존재로 알려진 아나히타를 대지 생성의 근원이 되었던 별에서 흘러나온 액체를 상징하는 신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바닷물결의 거품 속에서 조개껍질을 열고 나온 존재로 알고 있다. 성경에서는 모세가 “물을 끌어내는 자”라는 뜻으로 바구니에 담겨 나일 강을 떠다니다 강에서 목욕하던 파라오의 딸에게 발견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물이 내포한 파괴의 상징적 의미체계를 살펴보자. 줄루족들은 물속에 괴물이 산다고 믿고서 그 괴물이 자신들의 영혼을 빼앗아 간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수면위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영혼이 없이는 육체가 지탱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이고, 그들이 영혼을 잃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고 여기고 있다. 뱅골만의 앤더먼 군도 원주민들은 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물을 바라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리스와 인도 사람들은 꿈속에서 물 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면 그것이 곧 자신의 죽음을 예시하는 흉몽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물의 정령이 자신의 영혼을 물속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갈 수도 있기에 영혼 없이 여생을 살아야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자기몰입으로 생명까지도 빼앗아 간 나르시소스 전설도 이와 같은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나르시소스는 샘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 즉 부드럽게 비치지만 결국 자신에게 괴로움을 안겨 줄 스스로의 상(像)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물속에 뛰어들어 익사되었다. 삶의 환상이나 인생의 열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옛날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물을 잘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이 말은 물이 지닌 창조와 파괴의 상징적인 의미체계를 성찰하는 자가 천하의 이치를 통찰하여 이를 잘 통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우리지역에 얽혀 있는 물의 생태학을 깊이 성찰하고, 이를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행정시스템 속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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