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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몰래한 사랑 -남자 헤어 디자이너-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6월 20일

우리 딸은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유치원생 아들 녀석은 만화영화 주인공?이누야샤?를 우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멋진 장난감 칼을 가지고 놀 때면 아빠는 항상 악당 역할을 맡는다. 들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뚝뚝 떨어지는 6월의 일요일, 머리손질이 필요해서 단골 미용실을 찾았다.
멋 내기에 자신이 없는 나는 거울 앞에 있기보다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편했다. 몸매도 받쳐주지 않지만 워낙 센스가 없어서 편하고 무난한 것이 최고였다. 하지만 소리 없이 자라나는 머리카락은 어쩔 수 없이 정리하고 살아야했기에 5년 전 어느 날, 송우리 시내에 있는 미용실을 찾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알아서 정리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의자에 앉으니 멋진 헤어스타일과 조각 같은 콧날과 콧수염, 그리고 블랙 톤의 의상을 갖춘 젊은 남자 미용사였다. 그는 말없이 20분 동안 머리만 잘랐다. 그리고는 ?특별히 머리손질을 안하셔도 됩니다.? 라고 말했다. 머리모양 손질에 자신이 없었던지라 항상 묶거나 짧은 머리를 했는데 이번에는 컷에 멋도 넣어 내심 흡족했고 3개월에 한번 씩 들르는 단골이 되었다.
지난봄에 파마를 했는데 이제는 나를 단골로 인정하는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낸다. 지금은 나이가 젊어서 미용실을 운영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어 남자가 미용사를 하기에는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 호주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는 나이 많은 남자 미용사를 멋진 직업이라 인정해주고 그 숫자도 많다고 하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20대 젊은 나이지만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며 홀어머니와 남동생의 학비까지 걱정을 하는 삶의 무게를 당당히 메고 가는 것은 알았다. 또한 세상살이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과 진로를 개척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요즘 송우리에 미용실이 너무 많아서 돈벌이가 여의치 못해 가게를 내어 놓은 지 오래지만 아직 나가지 않아서 걱정이라며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나는 미래를 위해서라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대답해주었지만 왠지 안타까운 마음에 서글퍼졌다. 그 후로 3개월이 지난 오늘, 머리 손질이 필요해 그곳을 찾으니 "임대" 라는 커다란 글귀와 불 꺼진 미용실 시설만이 유리벽 안에 갇혀 있었다. 순간 내 가슴이 썰렁했다. "참 멋진 헤어디자이너였는데 운영이 어려워서 문을 닫은 걸까? 아니면 호주로 이민을 갔을까?... 동방신기의 여자 친구를 소개받은 것 같은, 만화 영화 이누야샤가 끝나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 몰려왔다.
 지금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지만 살다보면 가끔은 추억 속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중학교 때 과학 선생님, 여고시절 단짝친구, 그리고 첫 미팅의 파트너... 그네들 속에 송우리에서 열심히 삶을 개척하며 살았고 또 살고 있을 멋진 헤어디자이너의 모습도 새겨지리라. 아무도 모르게 그의 앞날에 축복을 빌어도 될까?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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