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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연극이야기(86)

정서적 기억
박노창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정서적 기억’이란 내가 과거에 겪었던 사건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반응을 환기해서 그것이 나로부터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외적 연기는 그것이 모두 내부로부터 동기화되어 있다면 그것은 형식적이고 냉정하며 평면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위의 치통의 예를 다시 들면 ‘내가 이가 아프니까 이렇게 찡그려야지’ 하고 내부에 동기를 형성해 버리면 평면적인 시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적 경험이 우선 선행되어야 그것이 외적 형식으로 구체화되고 올바른 연기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여러 감정을 기억해 내어 이것을 무대 위에 투영시킬 때 배우는 비로소 훌륭한 연기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그래야 배우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역을 연기하더라도 자기의 감정으로 연기해야만 자신이 표현하는 인간을 살릴 수 있다. 자기 감정을 발달시켜 주는 것이 정서적 기억이다.
인스피레이션(영감)이라는 것이 있다. 공연 기간 중 아주 하찮은 계기로부터 진짜 감정이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생겨날 때가 가끔씩 있다. 그러면 연기자는 마음이 홀가분하게 되어 자기가 진실성 있게 역을 창조했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우 인스피레이션의 순간이 일어났기 때문에 배우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의식적인 수단을 매개로 해서 잠재의식에 도달한다. 그것으로부터 끄집어내는 되풀이 감정을 소중히 해서 위에서 말한 영감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것이 좀 더 발전되면 자기 내부의 가장 좋은 것을 골라 그것을 무대로 가져온다.
정서를 자극하는 중요한 원천은 참된 신체적 행동과 그것에 대한 신뢰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감정에 대해 특수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참된 신체적 행동과 그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무의식적인 감정을 정서적 기억을 통해 끌어내야 한다.
자신의 내부에서 특정한 목적과 실습을 통해 전체적인 정서력을 명확하게 규정해 놓으면 자그마한 암시만 받아도 자기가 원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또 충동받은 모든 정서를 실체화시키기 위한 육체적 기술만 터득하면 애써 말을 조형화시킬 필요가 없어지고 저절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모든 연기를 실제 경험의 바탕 위에서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서적 기억을 자극해서 확대와 상상력과 신뢰의 작업으로 일구어 내야 하는 것이다.
박노창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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