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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사회복지학 박사, 사회복지법인 “이웃과 함께” 대표이사, 꿈이 있는 마을 원장,포천시장애인총연합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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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프(self)ㅡ사전적 의미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 이라고 되어있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일. 참으로 바람직한 말이다. 이 말속에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할 자유와 권한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얼마나 타당하고 좋은 뜻인가.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스스로 결정은 내려도 뜻 한 바를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 중증장애인 운전자들이 주유소에 가면 바로 그런 사람들이 된다. 한때 식당 생수통 앞에 물은 셀프입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조크 삼아 물은 영어로 셀프냐 아니냐 하는 농담을 낳았던 그 셀프, 셀프주유소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장애인 운전자들이 곤혹을 겪고 있다.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운영비를 줄이기 위하여 이제는 주유를 해주는 주유소 찾기가 어려울 만큼 셀프주유소가 월등히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진율이 낮아서 운영난으로 전국적으로 보면 평균 일주일에 하나 정도의 주유소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셀프주유소는 한 사람의 관리인을 두는 것을 법으로 정해져 있다. 주유소 한켠에 있는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통하여 주유소 전체를 살펴보는데 이유는 주유기의 고장. 또는 사용자의 오작동으로 문제가 생기면 즉시 나와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셀프주유소는 직원이 있다고 해서 장애인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기름을 넣어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한다. 그러니 주유가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이 와도 넣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름을 잘못 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즉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거나 혹은 그 반대인 경우다. 하지만 지금은 주유기와 차량의 주유구가 일치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아주 드물다고 한다.
게다가 날이 추운 겨울에는 가끔씩 주유에 서툰척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손님이 있다고 하는데 직원이 바쁜 척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으면 자기가 나와 능숙하게 주유를 하고 간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런 손님은 대부분 멋쟁이 여성이라고 하니 참고 하시길...
어떤 사람은 주유해주는 주유소가 많은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데 그건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아무 주유소에서나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주유할 수 있는 사람들은 셀프건 아니건 상관없으니 셀프가 아닌 곳이 부지기수로 보이는가 보다. 하지만 스스로 주유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볼 때는 주유를 해주는 주유소 찾기가 매우 어렵다.
길 가다가 아이가 넘어져서 울고 있거나 노인이 힘겹게 잔뜩 짐을 실은 리어커를 밀고 가는 걸 보면 일으켜 주거나 함께 리어커를 밀고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인이 공장을 지으려 하는데 담당 부서를 20여 번 찾아가서야 허가가 났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 나라에 왜 행정 동맥경화가 일어나는가? 그건 내가 담당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자를 놓거나 쉽고 빠른 길이 있지만 가르쳐주지 않거나 방관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차에 기름이 간당간당하여 찾아 들어간 곳이 셀프주유소였다.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주유를 해줄 것을 부탁하니 냉정하게 거절하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 태도나 말투가 매우 거칠고 예의가 없었다. 화가 나는 대로 하면 한시바삐 그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그대로 가다가는 달리다가 길에 서버릴 것 같기도 하고 또 이런 사람한테 더 이상 말하기도 싫고 속도 상하고 화도 나고 해서 차를 주유구 앞에 세우고 타퍼(내차 지붕에 설치한 휠체어 싣는 캐리어 (Roof Box)에서 휠체어를 내려서 올라 탓다. 돌발적인 상황에 영문을 모르고 쳐다 보던 직원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휠체어를 굴려 줄 달린 권총처럼 생긴 주유 기계를 빼 들고 기름 넣을 만큼의 액수를 찍은 후 신용카드를 넣으려고 하는데 투입구가 너무 높아 손이 잘 닫지 않았다. 상황을 알아차린 직원은 내 곁에 와서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이미 그때는 성난 벌꿀오소리보다 사나워 보이는 내 분위기에 압도 되어 감히 말을 붙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휠체어 팔걸이에 올라앉아 겨우 신용카드를 밀어 넣고 넣을 만큼의 액수를 찍은 후에 주유를 시작했다.
그런데 주유를 다 하고 난 뒤 이번에는 카드를 빼내는 게 문제였다. 밀어 넣을 때는 손끝에 걸려도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손에 잘 잡히지가 않아서 위태롭게 올라 앉은 휠체어 팔걸이에서 정말 떨어질 것 같았다. 그때 저편에서 주유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이 달려와서 카드를 빼주었다. 그리고는 직원을 향해 마구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고 미안하고 겁도 먹었을 직원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처음의 야속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몹시 안쓰러웠다.
사람은 타인의 사정을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또 그렇게 해서 알게 됐다면 아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그 직원이 그 뒤 어떻해 변화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에 앞서 타인의 어려움을 먼저 살펴볼 줄 아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경기도 평택시는 2024년부터 셀프주유소의 증가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셀프주유소 이용에 불편함이 증가함에 따라 셀프주유소 이용 장애인을 위한 고객 맞춤형 주유 서비스를 운영한다. 연천군은 셀프주유소 업주들과 협업해 스스로 주유가 힘든 장애인 등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생활 밀착형 행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 “2021년 장애인들이 셀프주유소에서 주유원의 도움을 받아 주유를 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 행정안전부의 적극행정 경진대회'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
우리 시에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호출 벨이나, 빵! 빵! 한두 번에 직원이 나와서 도와줄 수 있는. 아니면 아예 장애인 주차 공간처럼 장애인전용 공간을 확보하여 주유에 필요한 모든 기기의 높낮이를 맞추고 무게를 가볍게 하여 팔 힘이 약한 사람이나 휠체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고 기계를 설치하는 것인데...
이건 너무 나간 것 일까...?
박창진/ 사회복지학 박사, 사회복지법인 “이웃과 함께” 대표이사, 꿈이 있는 마을 원장, 포천시장애인총연합회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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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년 0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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