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오이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값이 싸고 여느 과일 못지 않은 아삭하고 달큰한 이 맛!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능력부족이다. 주부의 손길이 바빠지면서 오이겉절이, 오이소박이, 오이피클, 오이지, 녹각오이무침 등 다양한 모양새로 우리 식탁을 장식하고 있다.
옛날에 우리 엄마도 텃밭에 오이 몇 그루를 심어 여름 내내 반찬 걱정 없이 생활하셨다. 그 중에서도 나는 오이지를 가장 좋아한다. 항아리 안에 오이를 차곡차곡 넣고 천일염으로 짭짜름하게 간을 맞춘 후에 팔팔 끓여서 부어주면 된다. 뜨거운 여름 날씨에 열흘정도 익히면 아삭하고 오들오들한 것이 여름 내내 우리식구들의 입맛을 지켜준다. 그 위에 햇볕을 한껏 머금은 단단하고 납작한 돌에 지푸라기를 엮어서 올려놓으면 무르지 않고 시원하고 개운한 것이 겨울철 동치미에 버금가는 맛이라 하겠다.
비싸지도 않으면서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오이지에서 나는 어린 시절 엄마의 냄새를 느낀다. 여름철 더위에 지쳤을 때 얼음물에 띄운 오이지가 유난히 맛난 것은 그 옛날 시장에서 장사하시던 엄마의 휴식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자식들을 위해 산나물을 뜯고 삶아서 파셨던 엄마의 삶 속에서 더운 이 여름 열심히 살아야만 할 것 같다. 나도 욕심껏 오이지를 2접이나 담갔다. 그리고 여기저기 나눠줄 흐뭇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해본다. 올 여름엔 오이지를 먹으면서 능히 더위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