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구마를 심으려고 고구마 순을 구입했다. 밤고구마 순보다 호박고구마 순이 값이 더 싸다고 하여 호박고구마 순으로 구했다. 아는 사람이 파는 지라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모자도 덤으로 3개나 얻어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막상 심으려고 보니 순이 너무 여린 게 아직 뿌리도 내리지 않아 심으면서도 이것이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고구마를 심고 하루가 지나자 고구마 순들이 축축 늘어져 걱정이 더해갔는데 다행히 비가 연일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돕는구나"생각하고 다시 한번 밭에 올라가 보니 고구마 순들이 생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비가 몇 번만 더 오면 완전히 뿌리를 내리겠다 싶었는데 내 바람대로 비가 계속 와 주었고 고구마 순들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라나기 시작했다.
"올 가을엔 맛있는 호박고구마를 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절로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이렇게 심은 고구마를 겨울철 난로 위에서 구워먹으면 집안에 퍼지는 은은한 군고구마 냄새와 속이 노란 호박고구마의 달콤한 맛으로 추위도 잊고 지내곤 했다.
어릴 적 나는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노는 것이 일과였다. 가을에는 고구마를 캐러 다니는 일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남들이 다 캐고 난 고구마 밭에서 미처 다 캐지 못한 고구마를 힘이 좋은 오빠들이 삽으로 캐내면, 나는 바구니를 들고 따라다니며 주워 담는 일이었다.
주먹만한 것부터 팔뚝만한 크기의 고구마들로 금새 바구니가 찰 때면 그 성취감과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구마를 캐오면 나는 고구마를 날로 까먹기도 하고 밥에 넣고 쪄먹기도 하고 장작불에 구워 먹기도 하면서 겨울을 보냈다.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면서, 자라나는 고구마 순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너무 뿌듯하고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