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결혼해서 쌍둥이 엄마가 된지 벌써 2년이 가깝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보니 한번도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딸아이 또한 구원요청을 하지 않고 저 혼자 쌍둥이 엄마 노릇을 잘 해냈다. 돌 때가지 두 아이를 모유로 키웠으니 분유 먹이는 것보다야 손쉬웠겠지만 한꺼번에 둘을 키우기란 생각만 해도 대견하다. 포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S여대에 입학할 때까지 공부하라고 성화해 본적은 없었다.
밤공부를 할 때 야참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으니 엄마노릇 영 형편없었다. 대학졸업후 대학원 진학 할 때도 남편이랑 아들들은 대환영하고 반대표는 나 혼자였다. 영어영문학과 졸업이면 만족이지 대학원 나와서 결혼하면 콧대 높아 남편 우습게 보는 거 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등록금 대줄 아버지 백그라운드에 나만 미운 오리 새끼였다. 졸업 후 연봉도 괜찮은 회사에서 2년여 동안 근무하다 지금 사윗감 만나 결혼하고 더 늦기 전에 아이 낳겠다고 하더니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난 자동으로 쌍둥이 외할머니가 됐지만... 어릴 때부터 아기들만 보면 유달리 예뻐해 제 오빠가 결혼해서 조카들 생기니까 방학 때면 엄마 노릇 할 정도로 아이를 좋아하더니 쌍둥이 기르면서 힘들다는 소리 한번 안하고 잘도 키운다.
천성이고 팔자구나 생각하는 나보다 남편은 딸이 안쓰러워 도우미 아줌마라도 몇 일에 한번씩 보내자고 하지만 나보다 딸아이가 싫다고 한다.
돌이 가까워 모자라는 모유대신 이유식도 잘 챙겨 먹이고 잔소리할 이유도 도와줄 틈도 보이지 않아 나의 속마음은 딸이 고맙기까지 하다.
요새는 사위직장이 멀다고 회사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부터 새집 정리정돈까지 한번도 갈 수 없었고 오라는 소리도 안 하더니 집들이 겸 초대하니 며느리 손자 등등 대식구가 새집구경을 갔다.
한참만에 본 딸아이 얼굴이 반쪽이 됐다. 내심 찔리는 마음에 힘들어서 아팠냐? 고 물었더니 대청소는 물론이고 커텐을 직접 만들어 걸었다니 그 억척 짐작이 간다. 괜스레 죄지은 표정으로 사위가 멋쩍어 하며 "커텐도 맞추고 청소도 사람 써서 같이하라고 했더니 어머니한테 아이들 맡기고 혼자 다해서 그래요."
거기다가 시댁식구들 초대해 잔치하고 연이어 친정식구까지 챙기니 음식장만은 좀 손이 많이 가나.... "제 몸 아낄 줄 모르고 무쇠처럼 쓰면 이담에 고생한다."며 못마땅해 했더니 "이게 다 엄마 닮지 않았겠수?"
웃으며 받아넘기니 밉지는 않지만 수 십년 먼저 살아온 나야 억척스레 살아야할 날들도 있었지만 너는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니? 입 밖으로 말못하고 꿀꺽 삼키며 있자니 괜스레 코끝이 시리다. 댓 평 늘려온 집이라고 마냥 좋은지 분주히 오가는 딸아이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그래 행복은 언제나 네 안에 있는 거다"
새집을 둘러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여유 롭고 즐거우니 실로 기쁨은 나눠도 두 배가 되는구나. 내게 보여준 너의 부지런한 모습이 오월의 장미만큼이나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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