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제21협의회 고문(윤순옥)
따사로운 오후의 햇빛을 따라 마음은 그림자 쫓아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산길을 향하고 있다. 산중턱쯤 오르니 산새소리가 며칠전보다 한결 톤이 높아진 것 같다.
그들로 포근한 날씨가 봄날이 가까이 왔음을 감지한 기분에 할말이 많아졌나 보다. 듣고만 있어도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산새들의 지저귐!
촉촉이 젖어드는 등줄기의 땀방울이 가느다란 실바람에 상쾌함마저 느끼니 착각 속이지만 나는 분명 봄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홀로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나 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산에서 만나도 시장통에서 만나도 ꡒ어머 오늘은 한가하신가 봐요?ꡓ바쁘다고 떠든 적도 없는데 나만 보면 건네는 인사말이다.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달리 할말이 없다. 무슨 연유로 바빴을까? 생각하니 답 없는 웃음뿐이다.
저 맑은 하늘과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 솔잎 깔린 편한 곳을 찾아 털썩 앉아 저 아래 풍경을 보니 무엇이 부러우랴. 이 순간에......
높은 권세를 누리며 사는 분들!
그분들은 아마 이 시간에 머리에 쥐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소를 금치 못하고 한바탕 웃어본다.
혼자 웃는 모습이 남들에겐 실성한 사람 같아 보일지 몰라도 탁 트인 대자연속에 홀로 신선인 듯 취해있는 내 기분을 당신들이 어찌 알 수 있으리......
권세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년 쌓아온 공든 탑이 상대흠집 내기에 급급해 자기에게 돌아온 상처의 치유는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어리석음이다.
그런일, 꼭 내 일이 아님에도 인생수레바퀴에 맞물려 경험해본 그런 날들!
그 치욕을 한데 꽁꽁 묶어 이세상 제일 높은 곳에서 지구 밖으로 던져버리련다.
다 버리고 난 후의 후련함은 나만의 통쾌함이다.
털어 버리고 난 후 텅 빈 가슴 가득 맑은 하늘을 품어 안고 달디단 숲의 내음에 취해 순간의 몽상 속에 천상에 쉬고 계실 내 어머니를 만나 행복한 휴식을 취한다.
한참만에 눈을 떠 먼 곳을 보니 서산낙조가 찬연하게 비추고 있다.
마음은 훨훨 한 마리 새가되어 붉은 노을 속에 날개 짓을 하고 있다.
정녕 나만의 행복한 오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