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임성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총회 의장,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
| 형사실무에서 간통은 거의 구속수사대상인 때가 있었다. 징역6개월 정도의 단기 실형 선고도 많았다. 혼인빙자간음도 그러했다. 불과 20여년전의 일이다. 그러다가 헌법재판소가 2015년 간통죄처벌규정을 위헌결정했고, 그 이전인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 처벌규정을 위헌결정했다.
갑자기 어느날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고, '비범죄화'된 것이다. 한편 불과 2년전까지는 어떤 사람이 특정인을 반복적,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등으로 괴롭히는 행위, 즉 '스토킹'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었다. 2021년에서야 '스토킹처벌법'이 발효되어 신종범죄로 규정되었다. 이를 비범죄화와 비교하여 '범죄화'라고 말한다. 이렇듯 범죄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사회인식의 변천과 형벌필요성에 따라 달라진다.
범죄와 형벌, 그 실체는 무엇인가? 이는 마치 도돌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풀기 힘든 숙제다. 형법은 국가가 법정한 형벌들이 가해지는 행위, 그것을 범죄로 본다. 형법 41조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 9가지를 형벌로 규정했다. 국가는 사회질서를 보호하고 범죄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그의 신체와 재산에 대한 제약으로 형벌을 내린다. 다만 형벌은 비록 그 대상이 범죄자일지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존재이기에 신중히 부과되어야 하는건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형법은 필요최소한도로 적용되어야 하고, 형벌은 최후수단이어야 한다.
최근들어 간통, 혼인빙자간음 같은 '비범죄화' 논의가 활발한 범죄가 있다. 대마초 소지와 성매매가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마초 취급에 매우 엄격하다. 대마초의 흡연, 소지, 판매와 경작 등 모든 행위를 '마약류처벌법'에서 금지한다. 그런데 미국 등 많은 국가는 이미 기호용 대마초(마리화나) 흡연 및 소지를 비범죄화하여 처벌하지 않는다. 태국도 2022년 대마초 소지, 흡입 및 판매까지 허용했다. 아예 전면 허용한 나라도 있다. 카나다는 2018년 대마초 합법화조치를 취했고, 독일도 제한적이지만 합법화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마약(대마초)의 지나친 불법화가 암시장과 갱(Gang, 범죄조직)산업의 원인이라고 말한바 있다.
성매매(매매춘) 범죄도 대마초와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성매매행위자를 1년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성구매자 및 성판매자 모두 처벌대상이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성판매 여성에 대한 처벌규정을 합헌 판단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성구매행위만 금지하거나, 개인간의 비업소용 성매매행위는 불처벌하는 나라가 많다. 성판매여성을 피해자로 간주하기도 한다. 나아가 일정한 형태의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도 있다. 독일, 카나다, 네델란드, 미국 네바다주 등이 그렇다. 이런 국가들도 인신매매, 아동착취나 폭력행위가 개입되면 당연히 국가가 단속한다. 한편 국제엠네스티는 2015년 '성노동자, 성매매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라는 선언문을 채택한바도 있었다.
어떤 범죄행위의 비범죄화가 곧바로 합법화를 의미하는건 아니다. 일정 카테고리의 범죄를 국가가 단속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적발되어도 약하게 처벌하는 등 묵인하는 것도 비범죄화의 일종이다. 대마초 소지행위나 개인간 성매매행위를 비범죄화하면서, 범칙금부과, 재활프로그램(존스쿨등) 수강명령 등 형벌이 아닌 제재를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도 이젠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몇몇 범죄에 대하여 비범죄화를 고려할 때가 되었다.
ps. 형법 3조는 내국인의 국외범을 처벌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국민은 태국에 여행가서 대마초를 흡입하거나, 네델란드에 출장가서 성매수를 하였다면, 국내법에 의하여 (걸리면)처벌받는다. 필리핀 카지노 도박도 걸리면 다 처벌대상인 것이다. 여전히...여튼 유의해야 한다.
이임성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총회 의장,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