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말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 이듬해 초부터 중동·아프리카의 아랍권의 독재정권에 잇달아 타격을 준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이 지난 3년을 뒤로 한 채 저물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군부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가 96.9%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3년 넘게 내전이 지속된 시리아에서는 독재 가문의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이 독재정권을 ‘반쪽 대선’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아랍의 봄은 가고 민주주의의 겨울이 왔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2012년 자유민주선거를 통해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르시가 당선되면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가, 이듬해 군부 쿠데타로 쫓겨 가면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여름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면서 1천5백여 명이 죽임을 당했으며, 지난달 무르시 축출로 세속주의 세력의 광범위한 지지를 등에 업은 엘시시가 압도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현재 이집트는 군부가 사법부 장악 등 핵심 권력을 이미 거머쥐고 있고, 엘시시가 대통령에 오름에 따라 군부의 이익을 대변할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무바라크 퇴진 이후 3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리아는 4년째의 내전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무늬 뿐인 대선을 강행, 40년을 넘게 독재를 하고 있는 알아사드 가문이 ‘반쪽 정권’의 임기를 7년 더 늘렸다. 이에 따라, 시리아 내전은 끝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시리아의 이번 선거가 ‘반쪽 대선’이라고 칭해진 이유는 현재 4년째 접어든 내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사망자만 16만명이 넘고 국민 3분의 1 정도가 국내외 난민이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군 통제지역에서만 치러져 정당성이 없다는 게 반군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NC)와 그리고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이집트, 시리아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인 리바아와 예멘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10월 카다피 사망 후 내전은 끝냈지만, 치안이 갈수록 악화되고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의 테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협상으로 권력을 이양했던 예멘에서는 반군의 저항으로 각종 사건과,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퇴 현상이 차차 드러나고 있는 중동·아프리카의 아랍권의 행보에 전 세계가 현재 주목하고 있다. 과연 진정한 ‘아랍의 봄’은 언제 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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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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