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사들이 반군 무장단체 요원들의 시신을 희롱한 사진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코란(이슬람 경전) 소각 사건, 민간인 대상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미군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대형 악재로 다시금 아프간 내 반미 정서가 급속도로 악화할 전망이다.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지난 18일(현지시각) 82공수여단 소속 군인들이 2010년 2월 아프간 남동부 자불주에서 자살폭탄 테러범의 절단된 다리를 밧줄에 매단 사진 등 총 18장 가운데 일부를 인터넷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신문은 또 미군이 사망한 테러범의 사체에서 잘려진 손을 어깨에 올려놓은 채 히죽거리는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신문은 "현지에 파병됐던 한 군인으로부터 사진들을 입수했다"며 "시신을 희롱한 부대원들은 몇 달 뒤 자살폭탄 테러를 한 반군 시체 3구를 조사하기 위해 이곳을 재차 방문했다가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미공개 사진 중에는 미군 2명이 훼손된 손의 중지를 세우고 모욕적인 장난을 치는 장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촬영 장소로 추정되는 자볼주는 아프간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어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미 당국은 사안의 파급력을 우려해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공개된 사진들은 현재 아프간에서 복무하는 대다수 미군의 프로의식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라며 "반군이 사진을 빌미로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폭력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군 일각에선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진 공개를 강행한 LAT를 비난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범행에 가담한 미군의 신원과 수, 복무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시신 희롱 의혹에 대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2014년 말까지 아프간에서 철군을 완료할 예정인 미국은 올 들어 주둔 병사들의 잇단 비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월 미 해병 4명이 탈레반 시신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퍼져 곤욕을 치르자마자 2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기지에서 쿠란 소각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반미 시위가 아프간 전역으로 번져 미군 6명이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미군 한 명이 민간인을 상대로 총기를 난사해 17명을 숨지게 하는 등 미-아프간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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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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