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59) 그리스 총리가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 요청으로 불거진 불신임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그러나 파판드레우가 총리가 이날 통과한 신임안은 상처뿐인 승리에 가깝다. 절체절명의 과제인 2차 구제금융안 비준을 위해 연립정부 구성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하고, 필요할 경우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가 여당 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명예로운 퇴진'을 약속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사회당의 총선 승리로 총리에 오른 그가 지금까지 마주치고 있는 것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현실이다.
유로존 등이 구제금융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면서 끊임없이 추가 긴축 조치를 압박하고 있고 이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파업과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런 그의 운명이 부친 고(故)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뿌려놓은 씨앗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을 창당한 경제학 교수 출신의 아버지 파판드레우는 1981~1989년, 1993~1996년 두 차례 총리를 지냈다. 그는 재임 기간 주요 기업들을 국유화하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비대해진 공공부문은 국고를 고갈시켰고, 공공부문의 비효율은 그리스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부친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치를 했다는 게 그리스 학계의 일반적 평가다.
이를 치유하고 당장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겨야 하는 과제가 아들인 파판드레우 총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과제였다.
총선 유세에서 재정 적자 축소보다 경기 부양을 강조한 그의 공약은 집권하자마자 불거진 그리스 재정 위기로 역주행을 시작했다.
공무원 월급을 깎고 연금을 줄이고, 의료 등 복지 지출은 줄이고 세금을 올리는 긴축 조치들을 수없이 내놨다. 이런 조치들은 노동계와 서민 등 사회당의 지지기반을 갉아먹었다. 그로선 총리의 길이 가시밭길이었고, 결국 민심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미국인 어머니를 두고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런던 정경대(LSE)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스톡홀름대와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부친인 안드레아스 총리 밑에서 두 차례 교육·종교장관, 외무장관 등을 맡으며 행정경험을 쌓았다.
그는 친(親) 유럽 성향의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이런 개인적 배경은 그가 유로존 회원국들과의 구제금융 협상에서 `낮은 자세'로 임했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비록 그가 이날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퇴임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만큼 총리로서의 생명이 그다지 오래 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스 국민들과 유로존 국가들을 경악케 한 국민투표 요청이라는 실수가 너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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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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