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세 번째 왕방산 산행을 다녀와서

몇 해전 처음으로 오른 왕방산은 경사가 심해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다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하고 내려와 아쉽게 산행을 끝낸 적이 있다.

두 번째 산행은 선단동 롯데레몬에서 출발하여 왕산사로 내려오는 도중에 포기 할 수 없는 코스로 가산초등학교 동창들과 둘째딸 연수와 동행하여, 서로 밀고 잡아주며 힘들게 산에 올라 이야기도 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산 중턱쯤, 연수 따라서 당시 한참 유행이던 꼭지점 댄스를 추며 힘든 산행을 잠시 잊기도 했다.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에 올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둥그렇게 둘러앉아 먹었던 도시락은 꿀맛 같았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친구와 딸이 함께 한 뜻 깊은 산행으로 깊이 간직하고 있다.

얼마 전, 가산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왕방산으로 산행을 갔다. 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신 간식을 나누어 받으며 산에 올랐다. 목탁소리와 함께 불교학교 수업중이던 왕산사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평발인 내가 오르막 산을 걷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오르다 완만한 곳을 만나면 너무 좋아 이런 곳만 계속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먼저 산에 오른다고 뛰다가 핸드폰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박영주 선생님, 쇼핑백에 비상약품을 챙겨서 가슴에 안고 산에 오르는 백은희 보건선생님, 힘들어서 잠시 쉬고 있는 나에게 캔 맥주를 건네주시던 이순옥 선생님,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문자로 보내 남편의 "조심히 내려오라"는 답장 받아 자랑하는 재롱엄마, 땀으로 머리가 흠뻑 젖으면서도 끝까지 힘들게 오른 다슬이 엄마, 재희 엄마를 끝까지 인솔하며 올라오신 김선욱 교무부장선생님... 

우리 모두 서로에게 힘찬 박수를 쳐주었다. 정상에서 다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해가 짧아져 부지런히 하산하였다. 낙엽이 떨어져 길이 미끄러워 게걸음으로 내려오며 풀과 나무 냄새, 지나가는 다람쥐, 돌 틈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 이 모두를 가슴에 가득 품었다.

벌써 초겨울이 왔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손을 흔들며 우리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맨 앞에 출발한 팀과 중간 팀, 마지막 팀이 출발시점은 다르지만 결국 한 곳에 도착해 만나 쉬는 것을 보며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하시는 조미정 선생님 말씀이 나에게 마음속깊이 파고들었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날도 점점 매서워지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요동을 쳤다. 드디어 석양 노을에 깊이울 저수지가 보였다. 그 얼마나 반갑고 아름답던지...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준 세 번째 산행이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 것에 대한 포천시민으로서 자부심과 앞으로 남편과 함께 등산해야겠다는 작은 계획을 세운다. 소주 한 잔으로 힘들고 지친 몸을 달래며 모두의 밝은 미래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