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봄에 우리 가족은 지금 살고 있는 오래 되고 작고 낡은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되었다.
우리가 쓰던 물건도 다 들어오지 못해서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만 했던 작은 아파트에 엄마도 나도 들어오기 싫었었다. 더구나 이 아파트는 수돗물도 잘 나오지 않아서 전기 모터를 이용하여 사용한다. 수돗물을 틀을 때마다 윙 하는 전기 모터 소리가 수돗물 소리보다도 훨씬 크게 들릴 정도여서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우리는 모터의 전기 코드를 빼고 욕조에 수돗물을 받아서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투덜거리는 나와 엄마를 보고 아빠께서는
"여기 포천이 공기도 좋고 사람들 인심이 좋아서 아이 교육시키는데 좋다고 하니까, 우리 딱 일 년만 이 집에서 살아보고 포천이 싫으면 다시 먼저 살던 곳으로 이사하고 좋으면 이 근처의 다른 집으로 이사합시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로부터 한 달 쯤 지난 후, 엄마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웬일 이래니? 지연아, 네가 태어난 후로 한 달에 수도요금 팔천 원 나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먼저 살던 곳에서는 만 오천 원 내지 이만 원 정도 나왔었는데 세상에 절반도 안 나왔네." 하시며 기뻐하셨다.
신이 난 엄마께서는 그 후로 수돗물을 더욱더 절약하신다. 양변기 통에는 빨간 벽돌이 들어가 있고, 날마다 하던 세탁도 잔뜩 밀려서 한꺼번에 하신다. 어쩌다 졸졸졸 흐르는 수돗물이나마 틀어 놓고 양치질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갑자기 절약을 생활화한 엄마는 수돗물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지연아, 약수터 가자. 산 좋고 물 좋은 포천에서 약수 물 떠다 마시면 운동돼서 좋고, 좋은 물 마셔서 좋고 정수기 안 쓰니까 돈도 절약되고 얼마나 좋으니?" 하시더니 정수기도 치워 버리셨다. 그리고는 공기 청정기도 비닐에 넣어서 치우시며
"포천의 이 맑은 공기 속에서 공기 청정기를 틀어 놓아 봤자 넓은 바닷물에 수돗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과 같지 뭐." 하셨다.
줄어드는 전기 요금에 신이 난 엄마는 김치 냉장고 코드까지도 빼 버리셨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로 엄마께서는 은행에 가셔서 공과금을 내고 오신 날이면 내 통장에 저금하라고 하시며 4만원을 주신다. 수도요금, 전기요금에서 절약 한 돈이라고 하신다. 작은 집이지만 절약하여 내 통장을 살찌게 하고, 미래를 위하여 전기와 물을 아낄 수 있는 우리 집이 참 좋고 정수기와 공기 청정기가 필요 없는 이곳 포천이 정말 좋다.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톡톡 전기 스위치를 끄고, 다른 사람이 손 씻고 틀어 놓고 간 수도꼭지를 보면 깜짝 놀라 잠그게 되는 것을 보니 자꾸만 엄마를 닮아 가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