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벌써 5년째 근무 중인 조모씨.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출근해 당일 작업지시서를 확인하고, 공장장이 주관하는 안전교육까지 받은 후에야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그가 유난스러워 보일 정도로 작업지시서와 안전교육에 집중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몇 년 전, 작업지시서를 확인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사출성형기에 어깨가 끼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료의 빠른 조치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조 씨는 그때 생각만 하면 온몸이 오싹해졌다. ‘아무리 바빠도 차근차근 일하는 게 중요해.’ 바쁜 일정에 맞추려다가 생긴 사고인지라 조 씨는 조금 느려도 침착하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그때 마침 작업반장은 “조 씨, 금형 바꿔야겠는데! 긴급 제작요청 들어왔어!”라고 외쳤다. 조 씨는 작업반장이 외치는 ‘긴급’이라는 단어 하나에 침착함을 잃었다. 조 씨는 반사적으로 무선원격조종기를 손에 쥐고 사출성형기에 끼울 금형이 있는 곳으로 크레인을 이동시켰다. 금형을 운반하는 크레인은 작업할 장소까지 순조롭게 이동하는 듯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크레인에 연결된 300kg의 금형은 아래로 ‘쑥’ 빠졌고, 순식간에 동료를 덮쳤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통을 호소하던 동료는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장기손상으로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문제없이 작동하던 크레인의 후크에서 금형이 갑자기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 결과 크레인과 금형을 연결하는 아이볼트의 규격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4mm 볼트를 체결해야 하는 홈에 이보다 2mm 작은 볼트를 체결해서 금형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 사실 사고는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조 씨는 여러 번 크레인을 운전했지만 아이볼트 교체업무는 항상 동료가 해오던 터라, 미세하게 다른 볼트의 규격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장에 작업지휘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크레인을 사용해 중량물을 운반하는 사업장은 반드시 작업지휘자를 현장에 배치하고, 중량물이 근로자 위로 통과하지 않도록 해당 구간에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시켜야 하지만 간과한 것이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기에 조씨는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 동종재해예방 대책
적합한 규격의 줄걸이 용구(아이볼트, 와이어로프, 샤클)를 사용하고, 단단하게 조였는지 수시로 확인합니다. 사업주는 중량물 형상·크기·무게중심 등을 고려해 줄걸이 방법을 계획하고, 줄걸이 용구의 규격을 준수합니다. 작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중량물의 낙하 위험 예방책을 포함하고,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현장을 감독합니다.
* 관련 규정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 등)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9조(작업지휘자의 지정)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46조(크레인 작업 시의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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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6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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