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대의 화물차량이 바쁘게 드나드는 어느 부두. 정 씨는 화물선 선적에 여념이 없다. “화물차량이 도착하면, 화물차 내부에 있는 물건들을 컨테이너 내부로 이동시키면 됩니다. 출항시간에 맞춰야 하니까 다들 신속하게 움직여주세요.” “네!”
이윽고 도착한 화물차량의 문이 열리자, 선적할 물건들이 롤테이너(바퀴가 달린 카트) 가득 담겨있다. “오늘 작업 만만치 않겠는데?”
작업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롤테이너를 지게차에 싣고 운반하기 시작하자, 정 씨는 롤테이너가 지정된 컨테이너에 제대로 옮겨졌는지를 확인한다. 작업을 마치려면 아직 한참 남은 시점, 그런데 이때 또 한 대의 화물차량이 도착하면서 지게차의 작업동선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화물차량에 막혀 후진을 하던 지게차에서 롤테이너 2개가 떨어져 정 씨를 덮친다.
사고발생 직후 작업자들이 신속하게 정 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정 씨는 장 파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물건이 가득 실린 롤테이너 한 개의 무게는 무려 600kg. 1.2톤의 육중한 롤테이너는 약 1.3m 높이의 지게차 포크에서 떨어진 탓에 낙하충격이 더해져 더 무겁게 정 씨를 짓눌렀다. 한 순간에 유명을 달리한 정 씨의 사고는 애초부터 막을 수 없었을까.
사고현장을 둘러본 결과,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작업지휘자가 현장에 없었고, 운반물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미흡했다. 지게차를 이용하는 작업현장에서는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지휘자가 현장을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지게차와 주변 작업자의 이동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지휘하고, 중량물이 낙하될 위험 또한 사전에 예측해 이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한다. 또, 안전모 등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한다. 그러나 정 씨가 있던 작업현장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불감증이 만든 끔찍한 사고…. 바닥에 붉게 물든 정 씨의 선혈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 동종재해예방 대책 낙하·전도 등의 위험 예방대책을 담은 작업계획서를 사전에 작성하고, 이에 준하여 작업을 실시합니다. 지게차를 이용해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 시에는 반드시 작업지휘자가 현장을 감독하고, 작업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합니다.
* 관련 규정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조(출입의 금지 등)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보호구의 지급 등)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6조(수리 등의 작업 시 조치) ▲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안전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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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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