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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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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혁명》을 읽다가 183쪽에서 멈췄다. 심장마비와 심근경색을 단순한 ‘배관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대목에서였다. 나는 여기서 건축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건물의 배관은 살아 있지 않지만, 혈관은 살아 움직인다.
건축에서 배관은 단순히 물이 지나가는 관 하나를 설치하는 일이 아니다. 물을 어디에서 받아 어디로 보낼 것인지, 압력은 어떤지, 관의 재질과 굵기는 적절한지, 막히면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 다른 설비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까지 처음부터 설계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혈관은 어떨까. 우리 몸에는 이미 작동하고 있는 센서(sensor)가 있다. 그리고 그 센서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센스(sense)도 있다. 센서는 변화를 감지하고, 센스는 그것을 느끼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혈관 역시 단순한 관이 아니다. 혈관벽과 신경계는 혈압과 혈류의 변화에 반응하고, 혈관은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몸의 상태에 맞게 조절된다.
그러니 인간을 배관으로만 설명하는 순간, ‘살아 있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빼버리는 셈이다. 여기서 내가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것이 생활습관이다. ‘생활습관’은 말 그대로 풀어보면 생활 + 습관이다. 생활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습관(習慣)은 반복하면서 몸과 마음에 익숙해진 행동과 사고의 방식이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 잠자는 것, 생각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결국 반복된다. 흔히 새로운 행동이 몸에 익는 데 14일, 3주가 걸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다만 이런 숫자를 절대적인 법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습관이 자리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행동의 종류와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날짜가 아니라 반복이다. 나는 그래서 생활습관을 조금 다르게 부르고 싶다. ‘생각하고 활동하는 습관.’ 먹는 것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무엇을 위험으로 알아차릴 것인지, 무엇을 소중하게 지킬 것인지까지 포함하는 생활의 패러다임이다.
오래된 배관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관 하나만 갈아 끼우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혈관의 상태와 그 순간 발생하는 생물학적 사건을 함께 보아야 한다.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류가 차단되는 과정 역시 단순한 ‘관의 막힘’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센스와 센서를 생각한다. 위험을 보면 안전이 보이는 센스. 몸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 그리고 감지한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생활을 바꾸는 인간의 능력. 어쩌면 건강주권을 회복한다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건강을 병원과 약에게만 맡겨놓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이미 내재된 감지와 조절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생활을 다시 설계하는 것. 가족과 친지와 함께 걷고, 웃고, 밥을 먹고, 여행하고, 멋진 추억을 만드는 것 역시 건강의 일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목적이 단순히 오래된 배관을 고쳐 쓰기 위해서라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살아서 움직이고, 사랑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내일은 9월의 첫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다. 관심 있는 벗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다. 꼭 많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함께 앉아 듣기만 해도 좋다.
금요일 오전 9시. 금쪽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건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센스와 센서가 다시 작동하는 시간. 위험을 보면 안전이 보이고, 몸의 신호를 들으면 삶이 보이는 시간. 식민지 건강에서 벗어나 건강주권을 회복하는 그날까지, 우리 안의 센스와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인간이 부품의 합보다 훨씬 복잡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창조주께 감사한다. 살아 있는 불타는 밤, 우리 몸의 조절장치가 잘 작동하기를. 사랑합니다.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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