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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칼럼] 20대 국회의원의 유형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7년 08월 25일
 
ⓒ 포천신문 
국회에 앉아 국회의원의 활동상을 보다 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져 보인다.

첫째는 돈키호테형이다. 말하자면 좌충우돌(左衝右突)형이다.

동료의원이 싫어하건 말건, 조리에 맞건 말건 신문에 제 이름 석자 나고 텔레비전화면에 제 얼굴 비치면 그만인 식으로 제할 소리만 하는 사람이 이에 속한다. 심지어는 동료의원이 지금 한창 발언을 하고 있는데 회의장으로 TV카메라가 들어오는 듯싶으면 얼른 “잠깐 잠깐!”하면서 남이 들고 있는 마이크를 사정없이 빼앗는다. “급한 일이 있으니까 1분만에 끝낼게!”하고는 마이크를 쥐고 호통부터 친다.” “이봐요 장관! 지금 말하는 것을 들으니까 틀렸어요. 어쩌구~~” 그리고는 휙 나가버린다. TV카메라에는 찍혔으니 오늘 할 일은 다 했다는 식이다. 그러고도 대통령후보로 나서는 사람을 보았다. 배짱인지 철면피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두 번째는 정상배(政商輩)형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 까지 사업을 하였거나 지금도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행태다. 소속 상임위원회도 상공이나 건설 재정 경제분야를 택한다. 때로는 조세문제나 건설분야에 대한 질문이 날카롭다. 그만큼 전문성도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때만 되면 그 본색이 여지 없이 드러난다. 정부에 요청하는 자료가 보통이 아니다. 사업을 해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건축행정이나 조세행정상의 민원이나 다름없는 애로사항을 들먹인다. 정부는 의원이 요청한 자료의 내용만 보아도 무엇을 질의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알아채고 그 해당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질의를 안 할 수는 없느냐고 말이다. 더러는 그 요청한 자료가 특정 기업체와 관계가 있을 경우에는 그 관련업체에 연락해서 당해 국회의원에게 사전에 로비를 하도록 연락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료를 요청한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장에 있다가도 질의할 시간이 다가오면 자리를 뜨거나, 엉뚱한 질의만 하고 정작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질의는 생략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노회한 다선 중진이나 겨우 쓸 수 있는 수법이다.

과거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어떤 야당 의원은 재정담당 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것을 빌미로 사사건건 기업에 대한 국정 감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말끝마다 “너 세무조사 받을래?”다. 위세도 이런 위세가 없다. 그러다가 결국은 감옥에 간다.

셋째는 충성 아부형이다.

과거 어느 한 시대 여야를 막론하고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공천을 전횡한 적이 있었다. 당수(黨首)의 눈 밖에 나면 공천을 받을 수가 없다. 당연히 국회의원의 길은 절벽을 탄다. 특히 야당의 경우에는 여당의 경우에 비해 당의 재정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얼마의 당비를 당수에게 헌납하느냐에 따라 공천이 결정된다. 자연 경쟁상대보다는 많은 액수로 공천을 낙찰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의 단수가 높을수록 경쟁 입찰가를 올리는 수법이 고도화 되어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공천을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은 당수에 대한 각별한 충성을 바칠 수 밖에 없다. 이 충성 경쟁은 여야가 마주 앉아 삿대질하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자기당의 당수 이름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 삿대질이다. 배움이 모자라는 사람일수록 당수에 대한 충성심은 높지 않았나 싶다. 말하자면 충성심과 학벌은 반비례하였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최근의 공천모습은 아주 딴판이다. 4선출신의 어떤 국회의원이 5선의원으로 발돋움 하기위해 자존심을 접고 공천심사장으로 나갔다. 자기 앞의 어떤 장군출신에게 공천 심사위원들이 물었다. “그 연세로도 정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그 장군출신은 그 즉시 “내가 아직 이레 뵈도 팔굽혀 펴기를 수십 번은 할 수 있습니다”하면서 윗저고리를 벗고 시범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이제 자기차례가 와서 무엇을 물어보나 하고 보니까 “누구를 존경하십니까?”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5선지망자는 “뭐 누구를 존경하느냐고? 여기가 무슨 중학생 구두시험장이냐? 나 홍길동인데 홍길동을 존경한다. 이놈들아!”하고 문을 발길로 차고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격세지감이 있는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공천문제는 아직도 남겨져 있는 정치적 숙제다.

넷째는 가치(價値) 내지는 이념 지향형이다.

아직도 우리 국회 안에는 각개인의 이념이나 가치관이 다른 인물들이 무지개형을 이루고 있다. 형식논리로만 보면 바람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가치지향형 국회의원으로 역사주의적이고 세계사적인 미래관을 가지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함이 없이 성실하게 의원생활을 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대학교수 출신들이나 젊은 날부터 큰 꿈을 가지고 정치를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한다. 대통령은 주로 이 유형의 정치인 중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헌법적 가치관으로 보면 도저히 함께 국정을 논할 수 없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헌법은 자유로운 정당설립과 복수 정당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존재가 허여된다. 이것은 정당에 국한 된다고만은 할 수가 없다. 정치를 하는 각 개인의 경우에도 해당된다고 본다. 개인의 활동이나 이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람이라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석기 같은 사람이다.

자신이 신봉해 마지않았던 주체사상이나 마르크스사상에 심취하여 민주적 질서 파괴에 여념이 없었던 젊은 날의 열정을 국회 안에서도 계속 이어 가겠다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마땅히 채로 거르듯이 걸러져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부류의 인물들이 아직도 국회 안에서 영웅심을 가지고 활보하고 있음을 본다.

다섯 번째는 수석거사(守席居士)형 또는 무위 자연형이다.

평소에나 위기일 때나 아무런 말이 없이 의석만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일컬어 수석거사형이라 이름 지어 보았다. 이런 의원들은 임기중 본회의 질문이나 연설 한번 하는 법이 없다. 원내 총무들이 시키지도 않는다. 상임위에서는 보좌진이 써주는 원고나 조용 조용히 읽어 나갈 뿐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어떤 때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또 왜 국회에 들어왔나 싶기도 하다. 비례대표 출신들로 여당의원이 많다. 오죽하면 4년 임기중에 “밥먹으로 갑시다!”라고 한 말이 유일한 발언이라고 꼬집힌 의원도 있었다. 이 얘기는 자유당 때 얘기이지만 요즈음도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의원도 수두룩하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지향(政策志向)형 정치인도 있다. 이런 유형은 정치영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유형임에도 별반 찾아보기가 흔치 않다.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면서 자기 세(勢)를 만들려고 하거나 끊임 없이 권문세가와의 인맥을 만들려고 부산을 떠는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정책만을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정책을 하는 사람은 그 머릿속에 돈이 있어도 안 되고 권력욕이 있어도 안 된다. 백지장처럼 하얗게 비어 있어야 한다. 창조적 정책은 그런 머릿속에서만 나오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창조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 어떤 욕심이 들어가면 이미 정책은 옆으로 미끌어져 나간다는 얘기다. 정책이 욕심으로 덧칠되기 때문이다. 관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정책입안자에게는 필수라고 여겨진다. 동료국회의원이 보기에는 약간은 덜떨어진 정치인에 속한다. 그러나 국민적 입장에 본다면 여간 아쉬운 정치인이 아니다. 이런 정치인은 고도의 지적수준과 끊임없는 지기계발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독한 정치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국회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이런 국회의원을 찾으려면 국회도서관에 가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를 자문해 본다. 앞의 어느 유형에도 들 수 없는 조금은 모자라는 국회의원의 유형에 속하지 않았나 싶다. 남들처럼 악착같음이 나에게는 없다. 얼굴이 두껍지도 못하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정치인에게는 필수다. 모든 성공하는 정치인은 반드시 이 두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악착같음과 철면피! 좋게 말하면 강력한 권력의지와 듬직한 외모의 지략가 모습 말이다. 이들은 좀채로 그 속내를 내 비추는 법이 없다. 거인들의 풍모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인품이다. 그러나 우리같은 소인배들의 안목으로 보면 그 모습은 철면피한 능구렁이로만 보인다.

농암 김중위 / 전 사상계편집장, 환경부 장관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7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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