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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권의 언어 산책] 희한한 높임법


포천신문 기자 / 입력 : 2017년 08월 22일
 
ⓒ 포천신문 
나는 올여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아무래도 병원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상냥한 간호사들의 간호는 그나마 병원 생활의 위안이 되었다. 나는 입원한지 3일이 지나서야 정신을 회복할 수 있었는데, 정신이 들자마자 내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다름아닌 "환자분~ 다리에 주사 놓으실게요~"라는 간호사의 말소리였다. 나는 멍한 상태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고, 이어서 다시 간호사는 "따끔하실게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주사를 다 맞고, 나는 우두커니 앉아 있었는데, 이어서 간호사는 다시 한번 나에게 "환자분~ 누우실게요" 라며 나를 눕혀 주었다. 허공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뭐지?' 나는 분명 주사를 맞고 누웠는데, 내 귀에는 아직도 뭔가 가시지 않은 찜찜함이 묻어 있었다. 그렇다. 이 찜짐함의 원인은 바로 간호사의 말끝마다 따라다니던 "-실게요"였다.

우리 국어에서 {-(시)ㄹ게요}라는 말은 주체높임 선어말어미 {-시-}와 동사의 뒤에 붙어 [약속/의지]의 의미를 나타내는 종결어미 {-ㄹ게}와 높임조사{요}의 결합형이다. 원래는 "제가 갈게요.", "제가 할게요"라는 말에서처럼 이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어미{-ㄹ게}가 조사{요}와 결합하여 쓰이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공공기관에 가보면, 많은 안내하는 분들이 여기에 주체높임 선어말 어미 {-시-}를 결합하여 '-실게요'를 즐겨 쓰곤 한다. 가장 단적인 예가 은행과 병원이다. 은행에 가면, "어서 오십시오. 순번표 뽑고 기다리실게요~"라는 말을 흔히 듣곤 한다. 병원에서도 "네 환자분, 피 뽑고 앉아 계실게요~", "혈압 재고 오실게요" 등등의 말을 흔히 듣게 된다. 이를 정상적으로 돌리면, "순번표 뽑고, 기다리십시오/기다리세요.", "피 뽑고, 앉아계십시오/앉아계세요", "혈압 재고, 오십시오/오세요"이다. 그런데 왜 다들 '하십시오/하세요'를 피하고, 대신 '-실게요'를 쓰는 것인가?

가만히 이 희한한 어미와 조사의 결합형태를 살펴보니, 여러 가지 추측도 가능 할 것 같다. 우선, 이 주어가 고객이나 환자인 2이칭이 아니라 안내나 간호를 하는 1인칭일 가능성이다. 주어를 1인칭으로 가정할 경우, 다음의 문장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고객님, 제가 (고객님으로 하여금)순번표를 뽑고 오시도록 할게요"이다. 이것이 실제 현장에서 줄여 쓰이다보니, "고객님 순번표 뽑고 오실게요"로 변형되었을 가능성이다. 물론 무리가 가는 추측이다. 다음으로 주어를 고객님이나 환자인 2인칭으로 가정하면, '하십시오'나 '하세요'라는 말이 비록 높임표현이지만, 명령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다는 생각에서 '주체높임과 주어의 의지가 결합된 형태'가 선택되었을 가능성이다. 본인 생각으로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타당성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문 열고 들어오는 고객에게 들어오자마자 명령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아파서 온 환자들에게 역시 명령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실게요}라는 형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 희한한 형태의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우리 모두 언어산책로에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즘게 김유권 / 국어학 박사

포천신문 기자 / 입력 : 2017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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